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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배우 이병헌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로 올해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고 칠전팔기로 도전한 청룡영화상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밀정'에서는 의열단장 정채산 역으로, '매그니피센트7'에서는 빌리 락스 역을 통해 할리우드 작품에서 처음으로 악역이 아닌 정의로운 역할을 맡았다.
그런가하면 21일 개봉을 앞둔 '마스터'(감독 조의석)에서는 '내부자들' 안상구 역할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캐릭터인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역을 맡는다. "흰머리의 양마저 사기"라고 표현한 진현필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 '마스터'를 처음 봤을 때 어땠나?
"완성본은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어요. 신나고 경쾌했는데 다소 러닝타임이 길지 않았나 싶긴 했어요. 진현필이라는 사람을 관객들이 정말 친근감을 느끼지 않게끔 하려고 했어요. '내부자들' 안상구도 좋은 사람은 아닌데 그나마 그 안에서 덜 나쁜 사람이고 시원하고 통쾌한 복수를 안겨주기 때문에 친근감을 줘요. 그런데 이번 캐릭터는 친근감을 크게 느끼면 안되는 캐릭터라서, 간혹 유머를 주긴 하지만 신경을 썼어요. 음악이 들어가고 큰 화면으로 보다보니까 오히려 야비해보이고 무섭다는 느낌도 살짝 들어서 다행이었어요."
▼ 첫 장면에서 수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을 하는 사기꾼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버전이 다섯 가지가 넘었어요. 초반에 원래 스크립트에 나왔던 연설은 그런 감정적인게 없었거든요. 감정의 굴곡이 정말 큰데 확 휘어잡았다가 사람들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것도 보이고요. 결국 작전인 거죠. 몇 만 명의 사람들을 설득시키다못해 심지어 빚을 지면서까지 투자하기 위해 만들려면 그 사람들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특기이자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요. 그 순간에 관객들도 그만큼까지 현혹되지는 않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한 씬이었죠."
▼ 다단계 회장 역할이었는데 참고한 것이 있었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 조희팔에 대한 자료들을 조의석 감독이 엄청 갖고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모르는 부분까지도 많이 조사했다고 해요. 저도 몇 가지 보고 참고했는데 의외로 별다른 게 없었고 영화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자기 어려움, 자기가 그런 시련을 겪고 '다시 여러분들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섰고 믿음이 있다'는 것을 영화적으로 만든 거였어요. 특히나 조희팔의 외모같은 것은 따라하고 싶지 않았어요."
▼ '놈놈놈'에 이어 8년만의 악역, 어떤 점에 끌려서 하게 됐나?
"일단 이 인물이 좋아서는 아니었어요.(웃음) 배우들이 모두가 사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잖아요. 또다른 인물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라는 것에서 물론 책임감,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있어요. 그런데 이 역할 자체가 계속 변신을 꾀하고 내 오른팔, 왼팔을 대할 때의 모습, 직원들을 대할 때의 모습도 다 다르거든요. 이 인물은 정말 순간순간마다 모습을 바꾸는 인물이구나, 라고 생각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이 인물은 친근감이 느껴지면 안되는 캐릭터고 통쾌함을 줘야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저 놈 진짜 나쁜 놈이다'라는 생각을 준다면 배우로서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해요."
▼ 배우들이 대중에게 친근감과 멀리하는 건 쉽지 않은데?
"역할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웃고 친근감을 느끼고 동네 형 같고 그러면 좋지만, 더 듣고 싶은 말은 '거기에 충실했던 배우였다'라는 말이에요."
▼ 극 중 필리핀 영어를 잘 구사했는데 어렵지 않았나?
"시나리오를 보면서, 감독에게 그 장면이 너무 기대된다고 했어요. 제일 기대한 씬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배급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반응이 조용하더라고요. 전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웃었는데요.(웃음) 나름 노력한 게, 감독이 영화 헌팅을 할 때 필리핀 배우들 오디션을 한다고 해서, 그분들에게 대사를 필리핀식 영어로 읽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걸 연습해서 반복적으로 했어요.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따라하나 했는데 하다보니까 필리핀식 공식이 있어서 하게 됐어요."
[이병헌.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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