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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솔직히 (프리선언을 한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된다. 너무나 안정적인 직장을 나온 것이니까. 하지만…."
아나운서에서 이제 방송인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는 조우종이 자신의 도전, 좌절, 그리고 새로운 시도와 불안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취준생을 향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14일 밤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의 열두 번째 버스킹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과 함께 버스커로 나선 조우종은 "내가 백수 생활을 4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생으로 준비한 기간만 4년이다. 그 기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입을 열었다.
조우종은 "나는 무얼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4학년 때 친구들이 원서를 넣는 걸 보고 어렴풋이 TV에 나오는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시험을 보러 MBC, SBS, KBS, YTN까지 모든 곳을 갔다. 그런데 1차에서 다 떨어지더라. MBC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심사위원으로 있었는데 내가 겨우 수험번호만 말한 뒤에 '나가세요'라고 하더라.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사람이 참 작아진다. 위축되고…. 그렇게 무의미하게 1년이 지나가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다 진짜 죽을 듯 준비를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1학년 학점이 0.98이었던 사람이다. 그렇게 공부를 안 하던 내가 하루 10시간씩 토익 공부를 하고, 4시간씩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KBS의 최종면접까지 가게 됐다. 하지만 최종면접에서 최동석 아나운서와 경쟁을 해서 탈락을 했다. 난 PC방에서 그걸 확인하고 펑펑 울었다. 정신적 사망 상태였다. 멍하고 앞으로 뭘 할지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 백수 2년차였고, 친구 중에는 대리를 단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뤄놓은 것 없이 백수 3년차에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KBS의 예능MC 선발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렇게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를 했다. 내가 방송에서 처음 하는 얘기다. 그런데 특채라서 선배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출연할 수 있는 방송은 '열린음악회'에서 박수를 치는 것뿐이었다. 결국 KBS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야인이 되어 아나운서 시험을 쳤다"며 "마지막 KBS 아나운서 시험에서 최종 면접에 올라갔고, 거기서 박신양 성대모사까지 했다. 그리고 드디어 합격을 했다"고 고백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었다. 조우종은 "그렇게 아나운서가 되고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로 끝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동화가 아니더라"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 1, 2년은 일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10년차가 됐다. 그 순간 생각이 들더라. 이건 아닌데…. 문득 회의감이 들더라. 하루하루 똑같은 삶이더라. 혹자는 말한다. '돈 때문에 나온 거 아니냐?'고. 맞다. 하지만 나는 또 다시 일에 재미를 찾고, 도전하고 싶어서 나온 거다"고 고백했다.
조우종은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중요한 결정은 내가 내리는 것이다. 주위에서 많은 말을 해주지만 그래도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이 힘든 것이다. 나는 지금 또 다시 '0'이 됐다. 야인이 됐다"며 "솔직히 지금 약간 후회하고 있다. 너무나 안정적인 직장을 나왔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미래가 너무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나처럼 백수였다가, 꿈을 이뤘다가, 절망에 빠졌다가,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불안한 것은 직장인, 취준생, 대학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들 힘들지만 따뜻하게 힘을 내면서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을 마무리했다.
물론 꿈을 향해 도전하라는 조우종의 이야기가 늘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취준생들처럼 처절하게 힘들었던 시기를 먼저 걸어간 이의 생생한 도전기는 그 자체로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줬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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