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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지난 2006년 출간된 동명 소설을 전세계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출간 당시 전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같은 엄청난 인기에 기욤 뮈소는 그간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영화화 제안을 받아왔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할 때 신중을 기하기로 알려진 그답게 번번이 제안을 거절해왔다.
그런 기욤 뮈소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이 바로 충무로의 대표 여감독 홍지영이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키친', '결혼전야'가 있다. 이 역시 연출을 맡음과 동시에 시나리오를 썼다.
프랑스 작가가 쓴 미국을 배경으로 한 원작임에도 이야기의 틀을 유지하면서 한국 정서가 어우러진 대본으로 완성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한다. 실제 영화는 원작팬들의 우려를 깨고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각색돼 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줄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한다는 내용이다.
홍지영 감독의 시나리오를 더욱 자세히 살펴 보자면 그 줄거리는 이렇다. 2015년의 소아 외과 의사이자 교수인 수현(김윤석)은 해외 의료 봉사활동 중 한 현지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이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답례로 10개의 알약을 받았다.
그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호기심에 알약을 삼키고 순간 잠에 빠져든다. 수현이 다시 눈을 떴을 때, 30년 전인 1985년의 자신(변요한)과 마주하게 된다.
수현은 이후 남은 알약들을 과거의 자신과 함께 첫사랑 연아(채서진)의 사고를 막기 위해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투 수현의 감정 대립이 극에 달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부산과 거제도 등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다뤘음에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보편적 감성인 첫사랑, 부성애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충돌하는 모습이 수면 위로 그려지면서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새삼 절실하게 깨닫게 만들어준다. 30년의 세월을 넘나든다고 해서 휘황찬란한 CG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의 소중함, 이 같은 메시지는 타임슬립물이라면 도출되는 교훈이 아니던가. 원작을 매끄럽게 잘 다듬었다는 점은 분명 높이 살만 하지만, 영화만의 그 이상의 매력은 느낄 수 없었다. 또 비틀린 시공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 타임슬립물을 기대한 이들에겐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변요한과 채서진의 애틋 첫사랑 멜로, 김윤석과 박혜수의 따뜻한 가족애, 투 수현과 투 태호(안세하/김상호)의 뜨거운 우정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지만 여운이 깊지는 않다. 홍지영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이 눈을 즐겁게 하나, 감성 충전을 하기엔 2% 부족했다.
김윤석과 변요한의 강렬한 에너지로 인해 이들이 채서진, 박혜수와 붙는 장면이 상대적으로 케미스트리가 덜해 보이기도 한다. 안세하, 김상호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루해질 만하면 나타나 관객들에게 웃음폭탄을 선사한다. 더불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살아 있는 전설 밥 딜런의 원곡이 실린 OST와 곳곳에서 등장하는 특별출연 스타들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진 =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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