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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 선수는 그렇게 해야 경기력이 올라간다."
LG 마이클 이페브라는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길다. 패스의 빈도가 높지 않다. 일단 공을 잡으면 어떻게든 스스로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타 구단 한 감독은 "득점력은 좋지만, 잘 풀리지 않을 때 수비하는 입장에서 막기 편한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
이페브라는 올 시즌 14경기서 평균 14.9점을 올렸다. 출전시간이 약 19~20분이다. 출전시간당 득점력이 높다. 독단적인 스타일이지만, 볼을 다루는 테크닉과 마무리 능력이 좋다. 외곽슛도 그냥 놔두면 절대 안 되는 수준이다.
명암이 뚜렷하다. 주로 2~3쿼터에 뛰는 이페브라가 메인 외국선수 제임스 메이스와 함께 득점에 앞장서면 LG가 흐름을 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페브라의 득점감각은 꾸준히 좋았다. 김진 감독은 4쿼터에도 메이스 대신 이페브라를 내세워 변칙 라인업을 가동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페브라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다. 성급한 슛 셀렉션에 홀로 공을 끄는 시간이 길면 어쩔 수 없이 팀 공격 밸런스를 깨트릴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동료들은 거의 볼을 만질 수 없게 된다. 특히 국내 슈터들의 경우 슛 감각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LG가 패배했던 몇 경기를 복기하면 이페브라의 무리한 공격이 실패하자마자 역습을 허용하고, 흐름을 넘겨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얘기한다. 본인도 조금씩 고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18일 삼성과의 홈 경기는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득점은 7점에 그쳤지만, 어시스트를 6개 기록했다. 올 시즌 최다 어시스트. 3쿼터 중반 김종규의 앨리웁 덩크슛을 도운 건 백미였다.
김 감독이 이페브라를 선발했던 건 유사시에 포인트가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주전가드 김시래가 2월 제대하기 전까지 LG는 김시래 공백을 안고 가야 한다. 지금도 가드들이 승부처서 실책이 잦고 흐름을 넘겨줄 때가 종종 있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적도 있었다. 완승을 거둔 18일 삼성전서도 경기 막판 턴오버를 연발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이페브라를 1번으로 활용한다. 삼성전 역시 2쿼터에 잠깐 1번을 봤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삼성전서 박인태, 김영환 등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제때 패스를 내주면서 팀 공격을 원활하게 이끄는 역할을 해냈다.
김영환은 "이페브라가 패스를 제때 내주지 않는 경향은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 선수는 그렇게 해야 경기력이 올라가는 스타일이다"라고 했다. 실제 최근 볼 만지는 시간이 줄어든 김영환은 슛 감각이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페브라의 이타적인 마인드가 살아난 날 3점슛 감각이 살아났다. 김영환은 "이페브라는 개인기가 좋다. 자신이 직접 해결하면서 팀이 많이 이겼으니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나는 적은 찬스서 집중력을 살려서 슛을 성공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페브라가 1번을 볼 때 코트비전을 좀 더 넓혀야 한다"라고 했다. 여전히 이페브라와 국내선수들의 볼 흐름이 끊기는 경향은 있다. 그래도 이페브라의 공격력이 LG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많았다. 그리고 최근 조금씩 이타적인 마인드를 살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LG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이페브라의 득점력과 경기운영능력, 이타적인 마인드를 동시에 살리면 경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이페브라.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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