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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조준(김대명)은 파란색 속옷 바람으로 집안을 누비며 가족들을 향해 쉴 새 없이 깐족멘트를 발사한다. 하지만 중국 생활 중 외로움을 호소하며 영상통화를 하자고 종일 조르고, 동생 조석(이광수)과 철없이 티격태격하는 등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준은 어떻게 보면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캐릭터인데, 그 모습을 TV로 보니까 놀라운 것 같아요. 반바지에 나시티를 입고 다니는 형들은 주변에 꼭 있지 않나요? 또 친구에게 얘기 할 때는 머리로 한 번 더 생각을 하지만, 가족에게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실없는 말을 하게 되고…. 그런 인물이니까 전 솔직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실제로도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는 실없는 얘기를 많이 하고, 웃기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배우 김대명은 KBS 2TV 시트콤 '마음의 소리'에서 이렇듯 엉뚱하고 예측 불가능한 조준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간 밉상기자, 사도세자, 테러범 등 색깔 있는 역할을 소화해온 김대명. 서글서글하고 귀여운 인상을 가졌지만, 그가 밝은 분위기의 작품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마음의 소리'가 처음이다.
"출연을 하기까지 혹시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까? 정말 좋아해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망가지는 역할, 본격 코미디는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작품을 선택할 때 조금은 주저하기도 했죠. 모든 연기가 어렵지만 남을 웃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출연을 결정한 뒤엔 주위에서 '미생 이후 오랜만의 드라마인데 의외다'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 '마음의 소리'가 다른 작품보다 더 목적이 뚜렷하다고 생각해요. '웃겨야 한다'라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 15분(웹드라마 버전의 한 회 분량)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TV로 방송되기 전 웹드라마 형식으로 공개된 '마음의 소리'를 향한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한령 분위기 속에서도 공개 한 달 반 만에 1억 뷰를 돌파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중국에서 1억 뷰를 넘어섰다는 말을 들었어요.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인 것 같아요. 단순히 '잘 되서 좋다'기보다 우리가 만든 코미디를 다른 나라 분들도 좋아해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작품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저 개인이 이 작품으로 유명해지고 삶이 윤택해지고 이런 생각은 안했어요. 사람들이 그저 이 작품을 보고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인터뷰 내내 김대명이 강조한 키워드는 그저 '시청자의 웃음'이었다. "중국에서 인지도를 높였는데 하필 한한령 때문에 아쉽겠다"는 농담에, 김대명은 한사코 고개를 저으며 "내가 20대 꽃미남 배우도 아니고, 이 작품으로 한류스타가 되겠다거나 그런 목표나 욕심은 없었다. 목표를 세웠는데 안 되면 힘들 것 아닌가?"고 재치 있게 응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저 웃음을 위해 김대명은 최선을 다했다. '마음의 소리'라는 작품을 향한 김대명의 열정은 웹드라마 버전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열린 팬 사인회에서도 잘 드러났다. 쌀쌀한 날씨 속 진행된 팬사인회 현장에 김대명은 파란색 나시에 반바지라는 조준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팬 사인회 당시엔 다들 캐릭터의 의상을 그대로 입은 건데, 제 의상이 파격적이어서 화제가 된 것 같아요. 다행히 KBS 쪽에서 (팬 사인회 장소인) 로비에 히터를 많이 틀어줘서 감기는 안 걸렸죠. 캐릭터 의상을 입고 대중의 앞에 서는 것이 창피한 일은 아니에요. 그저 팬 사인회가 열릴 만큼 재밌게 봐주셨다는 게 기쁜 일이었죠. (배우 김병옥이 처음 제시한 시청률 공약처럼) 바지를 벗는 것도 전 두렵지 않아요. 그게 제 직업이니까. 다만 그건 보는 사람이 좋아할까요?(웃음) 즐겁자고 하는 건데 보는 사람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았어요."
[김대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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