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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에서 포지션 파괴는 혼란을 야기한다. 상식을 벗어나거나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때 예상치 못한 틈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혼란은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상대가 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주제 무리뉴 감독은 후자였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자신의 수석코치였던 아이토르 카란타 감독의 미들즈브러와 만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골대 불운 속에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설상가상 선제골을 까지 얻어맞으며 패색이 짙어졌다. 생일날 올드 트래포드를 찾은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도박이 필요했다. 무리뉴는 실점 후 곧바로 래쉬포드 투입을 준비했다. 그리고 후반 27분 ‘센터백’ 크리스 스몰링을 불러들이고 ‘스트라이커’ 마커스 래쉬포드를 내보냈다. 포지션도 바뀌었다. 래쉬포드가 왼쪽 ‘사이드’에 서고 앙토니 마샬이 ‘중앙’으로 이동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투톱’을 이뤘다.
스몰링이 빠진 수비는 포백(back four: 4인 수비)에서 변칙적인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로 전환됐다. 에릭 바이가 미들즈브러 ‘원톱’ 알바로 네그레도를 맨마킹하고 ‘왼쪽’에는 마르코스 로호가, ‘오른쪽’에는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자리했다. 포메이션을 숫자로 표기하면 3-2-3-2 혹은 3-3-2-2였다. 기본적인 전술은 아니다. 공격수를 늘린 즉흥적인 승부수다.
무리뉴의 변화에 카란카도 대응했다. 체력이 떨어진 그랜트 리드비터 대신 아담 클레이튼을 투입했다. 그리고 맨유의 투톱 전술에 맞춰 파비오를 오른쪽 윙백에 세우고 칼럼 체임버스를 중앙으로 이동시켜 수비 시스템을 스리백으로 바꿨다. 포메이션은 5-4-1이 됐다.
포지션 파괴 후 전술적인 균열이 생긴 쪽은 미들즈브러였다. 스리백으로 전환되자 맨마킹에 혼란이 발생했다. 베르나르도와 체임버스가 즐라탄을 신경 쓰면서 마샬에게 공간이 생겼다. 포백에서 베르나르도와 즐라탄을 견제했던 벤 깁슨은 2선에서 침투하는 공격수를 자주 놓쳤다. 마샬과 포그바의 연속골이 베르나르도와 깁슨 사이에서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역전에 성공한 맨유는 곧바로 정상 포메이션으로 돌아왔다. 3-2-3-2는 4-4-2로 바뀌었다. 문제는 포지션이었다. 수비 숫자의 부족으로 누군가는 포백을 맡아야 했다. 무리뉴는 헨리크 미키타리안을 왼쪽 풀백에 세웠다. 그는 경기 후 “왼쪽 풀백 없이 경기를 치렀고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에 수비 강화가 필요했다. 미키타리안이 다른 선수들보다 왼쪽 수비 역할을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들즈브러는 시간과 선수가 부족했다. 이미 교체카드 3장을 사용한 카란카 감독은 파비오를 다시 왼쪽 미드필더로 전진시키며 스리백을 4-1-4-1 포메이션으로 바꿨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격 포지션이 무너진 상황에서 맨유 수비를 열긴 어려웠다. 또한 라미레즈와 바이의 경합도 정상적인 몸 싸움으로 인정됐다.
무리뉴의 포지션 파괴는 성공했다. 상대에게 혼란을 줬고 리그 5연승을 달렸다. 마이클 캐릭과 필 존스 등의 체력적인 안배에도 성공했다. 무리뉴 감독은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며 “이제 이틀 뒤 웨스트햄 원정 경기를 치른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력을 유지할 것이고 승점을 따낼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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