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태용(30) 감독의 삶의 키워드는 ‘생존’이다. 그는 10대 후반에 보호시설 그룹홈에서 자랐다. 서른살이 된 현재도 언제나 생활비와 월세 걱정으로 가득하다. 생존은 그의 모든 것이다. 첫 장편 데뷔작 ‘거인’에선 자신의 체험담을 녹여냈다. ‘거인’이 생존을 위해 성장을 포기한 고교생의 이야기라면, ‘여교사’는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동안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아이들의 삶을 다뤘죠. ‘여교사’를 통해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보고 싶었어요. 저도 30대가 되니까 계급 문제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 뺏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강렬한 심리 드라마이다.
“사소해 보이는 계급문제가 결국 파국으로 이어지죠, 그 속에서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보고 싶었어요.”
‘거인’은 클로즈업으로 이뤄진 영화다. 최우식의 얼굴만 보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여교사’는 시네마스코프로 촬영했다. 더 넓은 관계 속에서 효주가 처한 상황을 담아냈다.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운동장에서 혜영에게 무릎을 꿇는 효주의 모습은 이 사회의 계급문제를 온전하게 드러낸다.
극 초반 효주의 질투심은 점차 모멸감으로 바뀐다. 모멸감은 모욕 당하고 경멸 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모멸감의 부정적 에너지는 워낙 강렬해서 임계점을 넘어서면 자신 또는 타인에게 분출된다. 이 영화에선 후자다.
“라스트신이 관객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거예요. 이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게기가 될 것 같아요.”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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