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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여교사’의 김하늘은 시종 서늘하고 건조하며 강렬하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계약직 교사의 근심어린 표정부터 질투심과 모멸감에 온 몸을 떨어야하는 분노의 감정에 이르기까지 그는 외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속으로 내파하는 연기를 펼쳤다.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비밀은 없다’의 손예진처럼 그는 앞으로 ‘여교사’의 김하늘로 불릴 것이다.
“저는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연출을 좋아해요. 그 세대 배우들의 선입견을 뒤집는 걸 선호하죠. 김하늘 씨를 캐스팅할 때 ‘마더’의 김혜자 씨를 떠올렸어요. 뜨겁고 어두운 내면이 드러나길 원했죠. 김하늘 씨가 영화를 보더니 잘 찍었다고 칭찬하더라고요(웃음). 김하늘 씨의 대표작이 될 거예요.”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 뺏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강렬한 심리 드라마이다.
과연 효주는 재하를 사랑했던 것일까. 누군가는 질투와 집착도 사랑이라고 할 것이다. 사랑의 스펙트럼은 넓으니까.
“저는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한테 속은 거예요. 열등감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모성애도 작용했고요. 그래서 재하에게 밥을 해주죠. 물론, 배우에게는 사랑한다는 감정으로 연기해달라고 했어요(웃음).”
누군가는 효주를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효주가 극중에서 사이코패스의 증세를 보이는 장면은 없다. 영화의 결말은 자신이 속은 걸 들켰을 때, 삶의 ‘바닥’을 온몸으로 체험했을 때 모든 것을 ‘탁’ 놓는 순간에 벌어지는 파국을 담았다.
효주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혜영(유인영)은 악역일까. 그는 자신이 상대방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해맑은 ‘금수저’가 아닐까.
“혜영은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악의를 드러내죠. ‘효주가 어떤 것 때문에 분노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면서 점차 본성을 꺼내요. 유인영 씨의 눈에는 아련한 느낌이 있어요. 그 눈빛이 영화를 잘 살려줬죠.”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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