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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지금 노래 부르면 토한다"라는 핵직구를 뮤직 애니메이션에서 듣다니,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것도 달콤한 노랫말을 남발해왔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말이다.
이는 '모아나' 속 마우이가 여주인공 모아나에게 던진 대사로, 월트 디즈니에 최근 불고 있는 '탈(脫)디즈니' 바람을 엿볼 수 있는 대목.
그 변화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겨울왕국'(2013년)에서부터 도드라졌다. 엘사의 입을 빌려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하는 건 안 돼"라고 셀프디스의 진수를 펼쳤다. 왕자님과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다) 멜로로 허황된 판타지를 심어주던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등 자사의 대표적 애니메이션을 저격한 것이다.
디즈니는 '주토피아'(2016년)에서도 달라진 시선을 드러낸 바 있다. "인생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아니야. 노래 몇 번 부른다고 네 꿈이 이뤄지지는 않아"라고 주디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디즈니의 태도로 '모아나'에선 한층 진일보한 캐릭터가 탄생됐다.
극 중 모아나는 기존 디즈니 여성상과 달리 능동적이라는 평을 얻었던 '겨울왕국' 안나보다 더욱 진취적인 역할이었다. 16세 소녀이지만 족장 후계자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하며 자아를 찾기 위해 험난한 모험도 마다 않는 뚝심 있는 캐릭터다.
안나가 현대 여성상에 가까웠다고는 하지만 그의 여정엔 크리스토프라는 썸남이 동행, 멜로로 끝을 맺는다면 모아나는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을 이룬다. 로맨스를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반인반신 마우이, 악당들마저 휘어잡는 결단력과 카리스마까지 지녔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마우이의 캐릭터도 색다르다. 기존에 볼 수 없던 영웅으로 신선함을 더한다. 그는 과거 인간 부모에게 버려진 뒤, 신이 건넨 손길 덕분에 바람과 바다의 신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후 치명적 실수를 저질러 자취를 감추고 혼자가 되어버리는데, 모아나를 만나면서 변화해 그 대가를 치르고 전설 속 영웅으로 되살아난다.
겉보기엔 멋있는 히어로이지만 이면엔 인간에 대한 상처를 품고 있는 여린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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