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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올스타전) 쉬고 싶어요."
KEB하나은행 2년차 가드 김지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14일 KDB생명과의 원정경기였다. 이경은을 상대로 더블클러치 레이업슛을 터트려 화제를 모았다. 12월 5일 신한은행과의 원정경기서는 좌측 엔드라인을 돌파한 뒤 골밑으로 쇄도하던 카일라 쏜튼의 앨리웁 슛을 돕는 날카로운 패스를 했다. 김지영의 엄청난 재능이 발휘된 두 장면이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패스에 대한 감각이 좋다.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패스를 할 때가 있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인성여고 시절부터 슛, 돌파, 패스에 대한 기본기를 착실히 익혔다. 돌파력과 패스 센스는 물론, 미드레인지 슛과 3점슛도 꽤 정확하다. 도움수비 타이밍과 위치선정능력은 약간 미흡하지만, 마크맨을 봉쇄하는 끈기는 좋다.
이런 장점들의 원천은 김지영 특유의 당돌함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 죽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경기력을 발휘한다. 코트 밖에서도 거침없다. 최근 언론사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여전히 2년차라 미디어를 상대한 경험은 부족하다. 그러나 어떤 질문에도 술술 답변을 내놓는다.
김지영은 2일 KB전 직후 올스타전 출전 여부에 대해 언급했다. 보통의 젊은 선수들은 "반드시 참가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지영은 "불러주면 영광이긴 한데 솔직히 쉬고 싶다"라고 웃었다. 베테랑들에게도 듣기 쉽지 않은 코멘트다.
또 하나. 김지영은 KB전 직전 이환우 감독대행에게 크게 혼났다. 김지영은 저연차라 본 경기 전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릴 때 1~20분 정도 소화한다. 체력적으로 하루에 2경기를 뛰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객관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리라는 이 감독대행의 의도가 숨어있다. 그런데 김지영은 2일 퓨처스리그서 평소보다 공격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졌다. 이 감독대행은 "김정은 복귀 후 지영이가 '내가 다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퓨처스서도 그랬다. 일부러 자극적으로 얘기했다. 본 경기와 퓨처스 모두 똑같이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김지영도 "둘 다 100%로 뛰었는데 감독님이 보기에 1군 경기와 퓨처스 경기를 다르게 본 것 같다. 힘을 안배하지 말고 전력으로 뛰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보통의 선수라면 감독에게 크게 혼날 경우 기가 죽어 페이스가 꺾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KB와의 본 경기서 오히려 13점으로 펄펄 날았다. 4쿼터 초반 5득점이 결정적이었다. 김지영은 "실력에 비해 주변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기대치에 맞추려다 보니 성급한 플레이가 많았고 실수도 잦았다. 전반전 종료 버저비터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 슛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했다.
김지영은 신인왕 경쟁에 대해서도 "(박)지수는 골밑에서 잘 하고 있다. 나는 내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신인왕을 받고 싶지만, 내가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오히려 "어시스트 개수를 늘리고 싶다"라고 했다. 답변에 여유마저 느껴졌다.
성격만 믿고 농구를 하는 건 아니다. 사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활약이 잠잠했다. 상대 팀들이 김지영의 약점을 파악, 거세게 압박하자 주춤했다. 그러나 김지영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했고, 차분하게 반격을 준비해왔다. 그는 "남자농구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봤다"라고 털어놨다. KB전 반전은 타고난 감각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남자농구에 비해 유독 여자농구에서 김지영과 반대되는 성향의 유망주가 많다. 몇 경기 부진하거나 감독의 질책에 기가 죽는다. 실전서 자신의 장점마저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촉망 받는 유망주로 입단하지만, 조용히 은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홍아란 케이스처럼 힘든 프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임의탈퇴로 팀에서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도자의 선수 육성방법을 돌아봐야 하지만, 선수의 기술적, 정신적 준비도 중요하다.
그래서 김지영은 인상적이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당돌한 성격이 더욱 매력적이다. 겁 없는 마인드로 조금씩 자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박지수(KB)와의 신인왕 경쟁도 전혀 밀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WKBL 붐업 측면에서 김지영에게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몇몇 농구관계자는 "당돌한 성격의 김지영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흥미롭다"라고 했다.
[김지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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