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장은상 기자] 쾅! 쾅!
정초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경쾌한 타격음으로 가득 찼다. 9일 쌀쌀한 기온과 찬바람이 야구장을 맴돌았지만 추위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이다.
KBO리그는 정규 시즌까지 아직 약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시즌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조차 열리지 않았는데 이승엽은 벌써부터 타격훈련에 돌입했다. 자신의 프로인생 마지막 해를 허투로 보낼 생각이 없다는 의지였다.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이승엽에게 벌써 개인훈련을 시작했냐고 묻자 “1일부터 야구장에 나왔다. 열흘정도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프로 23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은 새 해 시작부터 야구장으로 출근했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 오전 이른 시간인데 벌써부터 훈련을 하나.
“보통 10시면 야구장에 나온다. 오늘은 사정이 있어 조금 일찍 나왔다. 원래 신인들이 운동하는 시간이라 이 시간을 피해 나온다. 신인선수들이 배팅을 마치면 그 이후에 쳤는데 오늘은 양해를 구하고 먼저 배팅 훈련을 했다.
- 개인 훈련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1일부터 야구장에 나왔다. 훈련을 시작한지는 열흘 정도 됐다. 워낙 구장 시설이 좋다보니 겨울에도 나와서 훈련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아마 대구시민구장이었으면 어려웠을 것 같다. 지금 여기는 너무 시설이 좋지 않나. 안 나올 이유가 없다.
- 예정대로 은퇴 한다면 지금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예정대로가 아니라 실제 마지막이다(웃음). 이곳에서 겨울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니까 이번 기회밖에 없다”
- 타격폼은 조금 수정한 것 같다.
“그렇다. 홈구장 펜스를 높인다고 해서 나도 변화를 주고 있다. 홈런을 조금 더 많이 치고 싶다. 시즌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꾸준히 연습해 익히려 한다. 매번 똑같은 폼으로 하면 지루하지 않나”
- 새로운 외국인선수가 합류하면 1루수 출전 기회는 줄어들 것 같다.
“팀을 위해서라면 1루수든 지명타자든 상관없다. 내가 은퇴하는 시즌이라 해도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팀이다. 팀 승리를 위해 내가 지명타자로 출전해야 한다면 기꺼이 지명타자로 나갈 것이다.
“다만 경쟁은 해보고 싶다. 욕심이라기보다는 ‘아직도 내가 1루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겠다. 은퇴할 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
- 이번 스프링캠프는 지난해보다 일찍 시작한다.
“영향이 분명 있을 것 같다. 그 때문에 배팅 훈련도 일찍 시작했다. 준비가 덜 되면 프로로서 문제 아니겠나. 기본기는 최대한 빨리 다지려 한다”
- 팀은 올 시즌 재도약이 절실하다. 성적을 예측할 수 있겠나.
“내 생각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다면 3등은 할 것 같다.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1등를 하고 싶다. 프로는 1등을 해야 의미가 있다. 힘들겠지만 10개 구단 모두가 1등을 위해서 달린다. 5강은 프로로서 큰 의미 없다. 마음으로는 1등, 현실적으로는 3등이라고 하겠다.
- 450홈런. 당연히 올 시즌 목표인가.
물론이다. 7개 밖에 안 남았으니까 그 기록은 달성하고 은퇴해야 한다. 무엇보다 팀을 위해서 해야 한다. 또 꼭 해낼 것이다.
- 정현욱, 강봉규 등 현역 생활을 같이 했던 코치진이 새로이 합류했다.
“아무래도 행동 하나하나를 더 조심하게 됐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코치님들이다. 높임말을 써야 하고 격식을 차려야 한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
- ‘마지막 시즌’이라는 이유로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에 부담은 없나.
“부담은 조금 있는 것이 사실이다(웃음). 여름에 은퇴를 이야기 했으면 덜 바빴을 텐데(웃음)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나로 인해 피해를 입히면 안 된다.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팬들과 가깝게 지내도록 하겠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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