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에도 잘 나간다. 20승1패, 단독선두다. 정규시즌 5연패 매직넘버 5다. 시즌 초반 양지희의 부상 공백과 컴백 후 완전하지 않은 컨디션, 이승아의 임의탈퇴, 이은혜의 부상까지. 국내선수 전력만 보면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최악이다.
외국선수 이점을 톡톡히 누린다. 올 시즌 WKBL에는 경기를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에이스 외국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존쿠엘 존스도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존스 합류로 우리은행은 정통 농구가 가능하다. 존스는 포스트업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다. 그 역시 WNBA 코너티컷에선 외곽공격을 즐겼다. 그러나 나이가 어려 기술흡수능력이 좋다. 위 감독이 정통빅맨 역할을 부여했고, 세부적인 움직임을 가르쳤다. 우리은행은 쉐키나 스트릭렌, 샤데 휴스턴, 티나 톰슨 등 페이스업과 외곽 공격을 즐긴 외국선수가 있었던 시절과는 달리 전력에 안정감이 있다. 위성우 감독은 "존스에게 지금보다 더 바라지 않는다"라고 했다.
위 감독이 바라는 건 국내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의 공존이다. 정확하게는 "국내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외국선수들이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지론이다. 사실 KBL이든 WKBL이든 결국 승부처서 역량이 빼어난 외국선수들에게 기댄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박혜진, 임영희라는 동 포지션 토종 최강자들이 있다. 양지희도 게임체력만 올라오면 WKBL 넘버 원 토종 빅맨이다. 위 감독 바람대로 우리은행은 국내선수들이 중심을 잡는다. 어떤 외국선수가 함께 해도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이다.
우리은행만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위 감독은 "존스도 그렇고, 모니크 커리도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국내선수들이 외국선수들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순위) 여유가 있으니까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정신을 놓고 경기를 하는 날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시즌 초반부터 독보적으로 선두를 달리면서 개개인이 방심할 때도 있다. 위 감독으로서도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 순위표에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올 시즌 우리은행과 나머지 5개 구단의 전력 차는 더욱 벌어졌다.
자세히 보면, 우리은행도 21경기 중 20경기를 모두 잘해서 이긴 건 아니었다. 경기는 상대적이다. 경기와 경기 사이의 간격, 당일 컨디션, 상대 팀들의 컨디션과 준비 등에 따라 경기흐름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위 감독은 "부임 이후 첫 시즌과 그 다음 시즌에는 정말 운동을 많이 했다. 선수들도 군말 없이 다 따라왔다. 선수들 몸도 쌩쌩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위 감독 부임 초반과 지금 주축 선수들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주축들의 전반적인 몸 상태는 그때보다 썩 좋지 않다. 양지희도 게임체력이 더 올라와야 한다. 이은혜는 발목 부상으로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 베테랑 임영희도 출전시간 조절이 필요하다.
어쨌든 시즌은 치러야 한다.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경기에 이겨도 내용이 좋지 않으면 거세게 질책한다. 임영희는 "1~2년 전부터 나이가 많다고 은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면 정말 끝나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 은퇴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하신다"라고 털어놨다. 그 뿐 아니라 평균 12점 정도 올리는 박혜진에게 15점 이상 해달라는 주문, 외곽슛, 수비 리바운드에서 기대이상으로 잘 하는 최은실과 김단비에게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이유다. 스스로 타협하고 방심하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위 감독도 "은실이나 단비에게 칭찬을 잘 하지 않는다"라고 인정했다.
우리은행은 시즌 첫 패 이후 7연승을 내달렸다. 최근 3~4경기 연속 상대 팀들을 20점 내외로 압살했다. 주축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그러나 위 감독은 긴장을 풀지 않는다. 그는 "국내선수든 외국선수든 부진한 선수는 빼면 된다. 올스타브레이크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기결과와 순위를 떠나서 자신부터 채찍질하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물론 위 감독도 선수들을 마냥 다그치지는 않는다. 임영희는 "감독님이 결과를 떠나서 내용이 좋지 않았을 때는 다음 날 왜 좋지 않았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라고 했다. 단순히 졌거나 내용이 나쁘다고 연습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보완할 부분을 바로잡고, 효율적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우리은행의 진정한 저력이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몇 년전부터 이기고도 졸전을 펼치거나 질 경우 그 다음 경기, 그 다음 맞대결서 반드시 크게 이겼다. 지난해 12월 15일 신한은행에 55-58로 진 뒤 다음 경기(17일)서 KB를 19점차로 대파했다. 12월 31일 신한은행과의 다음 맞대결서도 18점차로 완승했다. KEB하나은행에 1~2라운드에 고전했지만, 3~5라운드서 압승을 거뒀다. 특히 12월28일 26점차, 8일 25점차 대승을 거뒀다. 특히 위 감독은 4라운드 맞대결서 의도적으로 양지희와 존스 더블포스트를 긴 시간 가동, 하나은행을 압살했다. 이후 농구관계자들에게 "위 감독이 하나은행에 제대로 보여주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라는 말이 나왔다.
올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선두를 질주한다. 그 속에는 우리은행만 할 수 있는 고민도 숨어있다. 물론 나름의 해법도 있다. 역시 우리은행은 강하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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