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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승패를 떠나 이경은의 어시스트는 예술이었다.
11일 부천체육관. KEB하나은행과 KDB생명의 5라운드 맞대결. 두 팀은 4쿼터와 연장전 5분간 총 35개의 턴오버를 주고 받았다.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턴오버보다 악성 턴오버가 많았다. 수비수로부터 거의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서 부정확한 패스미스가 잦았다. 경기 흐름을 끊는 트레블링과 라인크로스도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KDB생명이 경기를 잘 풀어갔다. 이경은의 존재감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전까지 이경은은 경기당 4어시스트로 3위(1위 우리은행 박혜진-4.71개, 2위 우리은행 임영희-4.10개)를 달렸다. 그러나 어시스트 수치와는 별개로 감각적이면서 날카로운 패싱능력은 이경은이 WKBL 최고다. 이미선이 떠난 현재 WKBL서는 그렇다.
이경은은 경기 초반 빅맨 티아나 하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나은행은 코뼈를 다친 나탈리 어천와 대신 카일라 쏜튼과 주로 매치업시켰다. 쏜튼은 힘이 좋지만, 하킨스의 위치선정은 돋보였다. 그 전에 이경은이 패스를 넣어주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쏜튼이 오버가딩을 하자 이경은이 쏜튼의 팔을 넘겨 하킨스에게 공을 잇따라 연결했다. 하킨스는 2쿼터 중반 두 차례 이렇게 점수를 만들었다.
이밖에 이경은은 골밑으로 들어가는 크리스마스와 진안 등에게 절묘하게 공을 넣어줬다. 조은주, 한채진의 속공 피니셔 도우미 역할도 확실하게 해냈다. 다만, 다른 선수들의 턴오버가 적지 않아 하나은행을 경기 내내 압도하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후반 들어 특유의 무빙오펜스가 얼리오펜스와 동시에 살아났다. KDB생명이 고전한 원인이었다.
이경은은 전반전에만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쿼터가 끝날 때 10어시스트를 돌파했다. 다만, 리바운드는 6개에 그치면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지는 못했다. 연장전서 자유투 득점으로 두 자릿수 득점도 달성했다. 이날 기록은 11점 12어시스트 6리바운드 2스틸. 턴오버는 3개를 기록했다.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올 시즌 WKBL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선수는 없다. 예전보다 기술이 떨어진 선수가 많은 탓에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어시스트 능력과 득점력을 갖춘 이경은은 충분히 트리플더블이 가능한 선수다. 리바운드만 많이 잡아내면 못할 것도 없다.
선수 전원 무빙오펜스를 추구하는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확실한 가드에 대한 의존도는 낮다. 그러나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묘책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김지영과 서수빈은 이경은에 비해 패스와 경기운영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3쿼터까지 고전한 하나의 원인이었다. 4쿼터 막판 노현지에게 연이어 3점포를 맞은 것, 연장전서 크리스마스에게 결승 3점포를 맞은 것도 가드진이 팀 디펜스를 정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KDB생명은 4쿼터 초반 응집력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62-68로 뒤진 상황서 연이어 노현지의 3점포가 림을 가르면서 극적으로 반등했다. 크리스마스의 어시스트가 있었고, 그 전에 선수들의 위치를 잡아준 이경은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이경은은 연장전서도 한 차례 어시스트로 동료의 득점을 도우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경은.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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