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진짜 변수는 따로 있었다.
12일 고양체육관. 오리온과 전자랜드의 4라운드 맞대결. 오리온 에이스 애런 헤인즈의 복귀전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진짜 변수는 헤인즈의 복귀가 아닌 이승현의 부상이었다.
헤인즈는 지난해 12월4일 KGC전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2주 진단을 두 차례 받으면서 약 40일간 뛰지 못했다. 오리온은 그 사이 제스퍼 존슨을 대체 외국선수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같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존슨이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했다.
헤인즈가 복귀했지만, 역시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다. 추일승 감독은 "팀 훈련에도 2~3일 전에 합류했다. 본인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헤인즈는 지난 시즌에도 부상에서 벗어난 뒤 복귀전서 또 다시 부상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나이도 적지 않다. 게임체력과 실전감각을 고려하면 시간이 필요하다. 예상대로 헤인즈는 특유의 리드미컬한 골밑 돌파와 날카로운 미드레인지 슛 감각을 전혀 찾지 못했다. 원래 수비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풍부한 KBL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 빅맨들의 길목을 차단하는 것에는 능했다. 그러나 이날은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오리온은 이승현이 다쳤다. 1쿼터 종료 5분54초전이었다. 커스버트 빅터를 수비하던 최진수를 돕기 위해 로 포스트로 점프했다. 그러나 착지 과정에서 이승현의 발이 빅터의 발에 스치듯 내려왔다. 이승현의 왼쪽 발목은 크게 돌아갔다. 오리온 관계자는 "왼쪽 발목 염좌다. 라커룸에서 쉬고 있다"라고 했다.
이승현의 정확한 발목 상태는 13일 병원검진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어나지도 못한 걸 감안하면 가벼운 부상은 아닌 듯하다.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승현이 코트에서 벗어난 뒤 골밑은 서서히 전자랜드가 지배력을 높였다.
전자랜드는 전반전까지 오리온 특유의 미스매치를 활용한 외곽 패스게임에 고전했다. 전반 막판 김동욱에게 연이어 중거리포, 3점포를 맞았다. 그러나 이미 골밑을 완벽히 장악한 상태였다. 제임스 켈리의 일시대체 외국선수 아이반 아스카는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헤인즈와 장재석, 최진수 등을 상대로 연이어 점수를 만들었다. 커스버트 빅터도 노련하게 골밑에서 점수를 만들었다.
결국 3쿼터 초반과 4쿼터 초반에 각각 승부를 뒤집었다. 오리온은 이승현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리온은 헤인즈 없이 존슨이 일시대체로 뛸 때도 그럭저럭 버텼다. 이승현 덕분이었다. 온전히 외국 빅맨 1명을 막을 수 있는 힘과 요령, 리바운드 장악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승현이 있었다면, 빅터나 아스카를 번갈아 철저히 막고, 나머지 4번 선수들이 나머지 한 명의 빅맨을 막을 수 있었다.
이승현의 부재로 오리온의 골밑 수비 유기성은 크게 무너졌다. 아스카를 앞세운 전자랜드 골밑은 더욱 매서웠다. 변칙적인 타이밍에 훅슛을 시도하는 아스카는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공격보다 수비가 돋보이는 빅맨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활약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득점력도 괜찮다.
오리온은 그나마 3쿼터 이후 장재석이 리바운드와 득점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서 장재석, 최진수, 김동욱 등이 육탄방어로 골밑을 수비하고 공격에서 효율적인 패스게임으로 활로를 뚫었다. 상당히 불안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오리온 전력 현실이자 저력이다.
오리온은 헤인즈가 돌아왔지만, 경기력을 올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전자랜드를 잡았지만, 이승현의 부재로 비상사태를 맞았다. 헤인즈가 없을 땐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지만, 이승현이 없는 건 골밑 수비 마지노선이 뚫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통 빅맨이 장재석 뿐인 오리온으로선 이승현 부재가 상당히 뼈 아프다.
전자랜드는 잘 싸우고도 패배했다. 모비스와의 5위 경쟁서 한 걸음 앞서갈 기회를 놓쳤다. 다만, 아스카의 예상 밖 활약으로 켈리를 여유 있게 기다릴 수는 있다.
[이승현(위), 헤인즈(아래). 사진 = 고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