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력 양극화가 심각하다.
WKBL은 올스타휴식기에 돌입했다. 여전히 5라운드 초반이다. 정규시즌 전체일정의 61.9%를 소화했을 뿐이다. 그런데 선두 우리은행(21승1패)의 정규시즌 5연패 매직넘버가 4다. 우리은행은 1월 잔여일정에 자력으로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할 수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4년간 1월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적은 없었다.
전력 양극화가 심각하다. 우리은행이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경기만 지는 사이 나머지 5개 구단 중 4개 구단은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삼성생명이 전반기 막판 5연승을 달리며 5할을 조금 넘겼다.
우리은행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올 시즌 개막 직전 우리은행 전력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최악이었다. 양지희가 허리, 무릎 부상으로 일본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승아는 임의탈퇴 했다. 시즌 초반 이은혜도 발목에 부상하면서 장기결장 했다.
위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식스맨 최은실과 김단비에게 충분한 출전시간을 부여, 성장을 독려했다. 기본적으로 우리은행은 임영희와 박혜진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끈다. 때문에 최은실과 김단비는 부담 없이, 비중이 작은 역할부터 소화하며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팀 전력, 스쿼드도 강화됐다.
외국선수 드래프트서 1라운드 5순위로 뽑힌 존쿠엘 존스가 대박을 쳤다. 존스는 과거 우리은행에서 페이스업, 외곽 공격을 즐긴 메인 외국선수들과는 달리 포스트업과 골밑 세로수비에 능하다. 이 부분에 의해 우리은행 전력의 내실이 올라갔다. 예년보다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한 원동력이다.
그런데 존스는 지난해 WNBA 코너티컷 신인시절 외곽공격을 즐긴 포워드였다. 위 감독이 존스의 플레이 스타일을 완전히 뜯어고쳐서 우리은행 전력을 끌어올린 게 중요하다. 기자는 시즌 전 직접 우리은행 훈련을 지켜봤다. 당시 위 감독은 존스에게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자세, 공을 받은 뒤의 움직임, 골밑 수비할 때 자세와 얼굴의 각도까지 일일이 설명해줬고 반복 연습을 시켰다. 그렇게 존스와 팀을 바꿔놨다. 단순히 운으로 굴러온 복덩이가 아니다. 위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노력의 결과다.
물론 우리은행 공수 시스템은 탄탄하다. 그래서 존스가 무사히 적응한 부분도 있다. 최은실의 폭풍 성장도 그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스템 역시 수년간 우리은행이 닦아놓은 결과물이다.
반면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구단 중 외국선수 선발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나마 KEB하나은행이 후순위로 선발한 카일라 쏜튼과 나탈리 어천와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과거 에이스 외국선수들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진다.
나머지 구단들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농구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올 시즌 WKBL 외국선수들 수준이 예년보다 확 떨어진다"라고 했다. 선수선발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는지, 구단들이 역량이 좋은 외국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올 시즌 김지영(하나은행), 박지수(KB), 이주연(삼성생명) 등 가능성 있는 1~2년차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20대 중~후반, 30대 초반 국내선수들의 정체현상은 여전하다.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하은주 등 국가대표급 베테랑들이 은퇴한 공백을 확실히 메워주지 못한다. 팀 시스템 자체가 불안하고, 팀 전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선수들의 더딘 성장에 외국선수들 기량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악재를 딛고 객관적 전력을 오히려 끌어올렸다. 이러니 우리은행과 나머지 5개 구단의 전력이 더욱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고 나머지 5개 구단이 아주 잘하지 않는 한 우리은행이 지는 건 쉽지 않다.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를 의심하는 농구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프로는 성적과 전력, 미래가치가 핵심 존재 가치다. 우리은행이 계속 나머지 5개 구단을 10~20점차로 무자비하게 이기는 걸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은 지극히 프로페셔널하다. 문제는 나머지 5개 구단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어떤 팀의 선수들은 우리은행을 상대로 접전만 펼쳐도 만족하더라"고 했다. 충격적이다. 똑같은 프로 팀에 매번 무너지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그 선수나 팀은 영원히 발전할 수 없다.
전력 양극화의 부작용은 명확하다. 리그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우리은행 경기는 전반전만 보면 대체로 결말이 보인다. 나머지 5개 구단의 맞대결서는 저질 경기가 속출한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구단은 구단 운영방식, 코칭스태프의 선수 스카우트 및 지도방법, 스케줄 관리, 선수 개개인의 행보 등을 돌아봐야 한다. 5시즌째 들러리만 서는데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5연패 매직넘버가 올스타브레이크 시작과 동시에 4다. 마냥 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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