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실내체 김진성 기자] 결과를 떠나서 오리온 저력은 대단했다. 삼성과 접전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리온에 12일 전자랜드전은 상처뿐인 승리였다. 1쿼터 종료 4분55초전 골밑에서 수비하던 이승현이 커스버트 빅터의 발을 스치면서 착지하다 왼쪽 발목이 크게 돌아갔다. 2015년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이란과의 8강전 당시 다쳤던 그 부위다. 약 1개월간 재활해야 한다.
끝이 아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14일 삼성전을 앞두고 "(김)동욱이도 전자랜드전 다음날 어깨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김동욱은 2주 진단을 받았다. 일단 올스타브레이크까지는 복귀가 힘들 듯하다.
오리온은 농구 타짜가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이승현과 김동욱이 핵심이다. 이승현은 키는 197cm이지만, 자신보다 큰 외국빅맨들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KBL 최강 골밑 수비수다. 이승현이 빠지면서 오리온은 외국빅맨 2명 동시 출전에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사라졌다.
김동욱은 미스매치 공격의 핵심이다. KBL 2번 중에서 신장과 힘, 테크닉 1인자다. 직접 미스매치 공격을 성공하거나 수비수들을 모은 뒤 동료에게 찬스를 내주는 역량이 탁월하다. 결국 오리온은 공수 핵심을 모두 제외하고 리그 최강 삼성과의 원정경기에 나섰다.
물론 삼성도 12일 KCC전서 상대 선수와 무릎을 부딪힌 문태영이 결장했다. 그러나 어차피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 마이클 크레익, 김준일을 앞세운 골밑의 팀이다. 오리온에 비해 전력누수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예상대로 삼성이 초반 분위기를 압도했다. 2쿼터 들어 삼성이 라틀리프와 크레익을 동시에 투입하자 오리온은 외곽 로테이션을 사실상 포기하고 골밑 육탄방어를 펼쳤다. 장재석, 최진수는 물론이고 문태종, 애런 헤인즈 등 장신 포워드들이 총동원됐다.
삼성은 그 틈을 타서 임동섭이 3점포 2방을 연이어 터트려 달아났다. 하지만, 오리온은 2쿼터 막판 애런 헤인즈를 앞세워 조금씩 추격하면서 반전의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6점 뒤진 채 시작한 3쿼터. 오리온이 예상 밖 반전을 일궈내기 시작했다. 터프한 골밑 수비를 앞세워 오히려 승부를 뒤집었다. 삼성을 48점에 묶고 연속 8득점을 올려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효율적인 패스게임이 나왔다. 몇 차례 쉬운 슛도 놓쳤으나 무리한 플레이를 지양하고 철저히 패스게임을 했다. 최근 잠잠했던 허일영이 잇따라 3점포 2~3방을 꽂으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헤인즈와 바셋의 지원이 나오면서 오히려 5점 내외 리드를 잡아나갔다.
4쿼터 초반에도 헤인즈가 그림 같은 패스를 문태종에게 연결하는 등 이타적인 플레이가 연이어 나왔다. 헤인즈가 경기종료 6분50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바셋과 문태종, 허일영, 최진수 등을 앞세워 리드를 유지했다. 문태종, 허일영이 결정적일 때 한 방을 터트렸다. 두 사람은 나란히 3점슛 4개 포함 18점을 올렸다. 결국 오리온이 적지에서 대어를 낚았다.
물론 오리온은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어쨌든 김동욱과 이승현 공백은 엄청나다. 그래도 기존 멤버들의 저력 역시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줬다. 삼성은 후반 들어 쉬운 슛을 많이 놓치며 골밑 우위를 활용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오리온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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