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은상 기자] 까마득한 후배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삼성 이승엽의 배려가 화제다.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비시즌기간에도 선수들로 북적인다. 최신 인프라를 활용해 개인훈련을 실시하려는 신인급 선수들이 매일 구장을 찾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를 피해 배팅 연습을 할 수 있는 실내 연습장은 개인 훈련 장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에게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정초부터 개인 훈련을 시작한 ‘베테랑’ 이승엽 역시 라이온즈파크서 몸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단 하나의 ‘철칙’이 있다. 바로 신인급 선수들의 배팅 훈련 시간을 피해 타격 훈련에 임하는 것이다.
올해로 프로 23년 차를 맞이한 이승엽은 신인급 선수들의 배팅 연습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조정할 만도 하지만 그는 어린 선수들을 위해 오전 이른 시간을 양보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위’로 올라가고 싶은 신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대전에서 열린 2017 KBO 신인오리엔테이션에서 이승엽은 배트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신인들을 위해 일일 강사로 변신한 그는 20년이 넘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 후배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신인으로서 겪었던 어려움, 슬럼프, 불확실한 미래 등 자신 또한 어린 시절 느꼈던 경험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어린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조언을 전했다.
강의 후 같은 팀 후배 곽경문이 던진 질문에 답하면서 “스프링캠프나 야구장에서 나를 만날 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이론과 가치관을 말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야구장 안에서도, 혹은 밖에서도 신인들을 위해 무엇이든 내줄 준비가 돼 있었다.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 베테랑은 그렇게 자신만의 배려심으로 ‘미래’에 유산을 남기고 있었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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