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 1차 지명, 그리고 계약금 2억원. 이건욱(SK 와이번스)의 가능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지명 순위와 계약금 액수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가능성'을 '결과'로 꽃 피우지는 못했다.
#2. 퓨처스리그 23경기 3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7.54. '2016년 이건욱'을 설명할 수 있는 숫자다. 이건욱 본인 역시 2016년에 대해 "성적이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95년생 우완투수로 동산고 출신인 이건욱은 2학년 때인 2012년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할 정도로 아마추어 시절 많은 기대를 받았다. 덕분에 SK에 1차 지명을 받았으며 계약금도 2억원으로 적지 않았다.
어느덧 SK 입단 후 3시즌이 지났다. 그동안 보여준 것은 거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부상이었다. 이건욱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에 이어 발목 부상으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부상을 떨치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2016시즌 퓨처스리그에 23경기 나서 3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7.54에 그쳤다. 68이닝 동안 볼넷이 49개나 될만큼 제구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제구가 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지난해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은 한 해였다. 성적이 다 말해주는 것 같다"며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마운드에)올라가서 해보니 쉽지 않더라. 잘하려고 하다보니 마음도 급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SK는 9월 1일 엔트리 확장 때 그를 콜업할 정도로 이건욱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콜업 첫 날 마운드에도 올랐다. 9월 1일 넥센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진 이건욱은 ⅔이닝동안 안타 2개를 맞고 2실점했다.
이후 이건욱은 일주일 정도 1군 선수단과 함께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배운 것도 적지 않다. 이건욱은 "(퓨처스리그와)분위기 자체가 달랐다"면서 "불펜에 앉아만 있어도 긴장감이 들더라. 불펜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라고 생각했다"고 1군에 있을 때 상황을 전했다.
이건욱의 2016년 시계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바쁘게 돌아갔다. 미국 애리조나로 향해 교육리그에 참가했으며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된 유망주 캠프에도 이름을 올렸다. 시즌 동안 가장 되지 않았던 제구에 중점을 두고 경기와 훈련을 진행했다.
'마운드에 복귀한 것 빼고 좋은 기억이 없었던' 2016년은 지나갔다. 소속팀 전체로 보더라도 코칭스태프 구성 역시 많이 변했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말은 쿨하게 하는데 뒤끝이 있는 것 같다"고 웃는 이건욱이지만 2017년을 앞두고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팀에서 기회를 계속 주지는 않을 것이다. (팀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숫자와 관련한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그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못 이루면 주저 앉을 수도 있고 자책도 할 수 있다. 자책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여건 안에서 최대한 하려고 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잡을 것이고, 안 주어진다면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2017년 출발은 나쁘지 않다. 이건욱은 "매 겨울마다 깁스를 하고 있었다. 한 달 반 동안 집에만 있으니까 미쳐가더라"며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좋다"고 웃었다. 그는 현재 모교인 동산고에서 후배, 동기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이후 기술 훈련도 3시간 정도 진행한다. '비활동 기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아마추어 때부터 인천에 있었던 이건욱에게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에는 정식경기에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군에 있을 때 훈련 뒤 밤에 TV 중계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팬분들께서 기다려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는 이건욱이 올해는 지난 아쉬움을 모두 떨치고 홈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을까.
[SK 이건욱. 사진=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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