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끔찍한 가정 하나. 만약 작년 LG 불펜에 김지용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LG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김지용의 성장은 놀라웠다. 1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 지난 해가 처음이었다. 51경기에 등판해 63이닝을 소화한 김지용은 3승 4패 17홀드 평균자책점 3.57로 LG의 셋업맨 역할을 했다. 셋업맨 역할을 했던 이동현, 정찬헌이 공백을 보였고 전반기에는 신승현으로 어느 정도 공백을 메웠지만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시점에 김지용이 나타났다.
김지용이 LG에 입단한 것은 2010년. 오랜 시간 동안 2군에서 인고의 세월을 거친 끝에 비로소 꽃을 피웠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셋업맨이란 중책을 맡고, 팬들의 환호를 받았으며, 포스트시즌이란 큰 무대까지 올라섰다.
▲ 길었던 무명 생활, 하지만 행복했다
김지용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2016시즌을 벌써 다 잊었다고 한다. 김지용은 현재 잠실구장과 서울 장안동에 위치한 트레이닝 센터를 오가며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2017시즌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빛을 봤던 지난 시즌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감회에 젖는 표정 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기억을 빨리 지운 것 같다"는 김지용은 "원래 지나간 일에 대해 신경도 많이 쓰지 않는다. 잘 하든 못 하든 빨리 잊는 편이다"고 말했다.
김지용은 무명 생활이 길었다. 하지만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좌절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 부상 때문에 힘들었던 것 빼고는 힘들었던 기억이 없다. 단 한번도 2군 생활이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원래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야구를 하고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내가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크게 개의치 않았다"
▲ LG 필승조로 우뚝 섰던 그 순간
김지용이 필승조로 등극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한판은 바로 지난 해 6월 30일 광주 KIA전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연장 접전의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은 바로 김지용의 호투였다. 2⅓이닝 동안 안타 1개 내주지 않고 삼진 4개를 잡으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그때 김지용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점점 LG 마운드에서 비중이 높아지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넥센과의 후반기 개막 시리즈였다. "필승조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였다"는 김지용은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등판했는데 너무 의식을 많이 했다. 그래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오히려 좋지 않은 투구를 남긴 후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그날 경기를 계기로 이기는 상황에 나가도 '욕심 부리지 말고 하던대로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는 김지용은 그의 말처럼 시즌 끝까지 LG의 필승조로,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 감독님 덕분에 야구하고 있다
김지용은 신장이 177cm로 투수로서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직구와 슬라이더는 분명 1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그런 그를 알아본 자가 있었으니 바로 양상문 LG 감독이었다. 양 감독은 2015년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성장을 기대하는 선수로 김지용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때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선수였다.
양 감독은 특히 김지용의 슬라이더를 주목했다. 2015시즌 1군에서 경험을 쌓도록 기용했던 양 감독은 지난 해 김지용을 중용하면서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김지용은 "정말 감독님 덕분에 이렇게 야구를 하고 있다"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감독님 덕분이다. 감독님이 봐주시지 않았다면 계속 2군에서 있었을 것이다. 감독님이 나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양 감독은 김지용이 위기에 봉착할 때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김지용은 "감독님이 기술적인 부분은 거의 말씀을 안 하신다. 하던대로 하라는 말씀 뿐"이라고 밝혔다.
▲ 처음으로 느낀 LG 팬들의 성원
LG 팬들은 경기 후반 위기에서 팀을 구하는 김지용을 보면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지난 해 후반기 잠실구장의 '흔한 풍경'이었다.
팬들의 응원이 계속될수록 김지용도 자신감이 붙었다. 김지용은 "내가 잘 했을 때 야구장에서 많이 응원을 해주셨다. '이 맛에 야구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지용은 지난 해 12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팬미팅에 나섰다. "너무 낯설어서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 했다"고 웃음을 지은 그는 "그래도 나 때문에 만든 자리인데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을 찾아 뵙고 인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모두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했다.
②편에서 계속
[김지용.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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