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정말 시국을 모르고 '더 킹'을 준비했어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터지게 된 거였죠. 영화에 어떤 결과를 끼칠지는 모르겠더라고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일단 궁금한 마음이 커요."
영화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더 킹'으로 돌아왔다. '더 킹'은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사회의 이면과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영화라기보다는 영화 안에서 각 인물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서 해학은 옛날부터 오던 거잖아요. 왕 탈도 쓰고 왕 노릇도 하죠. 권력자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따라했어요. 그러다보면 서민들의 애환도 들어가고 바람도 들어가면서 신명나게 놀면서 끝나요. 이런 정서가 우리에게도 있는 것 같았어요. 권력을 혐오하면서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더 킹'에서는 화려한 초고층 펜트하우스에서 고위직 검사들과 언론인 등이 깃털을 흩날리고 춤을 추는 등 그들만의 권력놀이를 한다. 화려하지만 가볍고, 그럼에도 금방 가라앉는 깃털은 이들 권력의 허망함을 보여준다.
"양동철(배성우)이 박태수(조인성)를 펜트하우스에 데려가는 순간이 있어요. '우리는 위에서 놀아'라는 것이 다른 지점이었어요. 권력을 혐오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방식은 관객들이 권력의 정점까지 못따라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신분이 상승하고 안에서 그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권력의 한 축에서 깃털로 상징되는 화려함 속에 묻어가는 태수를 사람들이 동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도 모르게 이중적인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동경, 실제 권력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유혹당하다보니 결국 초래하는 것은 사회적 비극이고요."
현대사의 흐름이 쭉 읽히는 '더 킹'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이 TV 뉴스 등을 통해 영화 곳곳에 등장해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다른 곳에서 한강식(정우성)과 박태수의 이야기는 '더 킹'의 중요한 이야기 축을 담당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방식이었어요. 역사들의 중요한 순간들을 주인공이 지나치면서 미국을 얘기하는 것처럼 저는 한국 현대사를 거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떠한 나라인가, 이 부조리함이 어떤 비극을 초래했는지 태수의 감성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런 마음은 기득권에 대한 비판이 목적이었고요. 그들의 대단함에서 충격이 크게 와서 '더 킹'을 만들게 됐어요."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국민들에게 '더 킹'은 어떤 의미일까. 한재림 감독은 "'더 킹'을 보시고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라며 연출자로서의 바람을 밝혔다.
"'더 킹'은 2015년 2월에 시나리오를 이미 완성해놓은 작품이었어요. 그러다 이러한 일이 벌어졌고, 현실적으로 많은 분들의 분노가 터졌고 촛불집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끌어낸 힘을 느꼈어요. 결국은 우리가 대단해 보이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더 킹'은 흥겨운 마당놀이, 한풀이 같은 영화예요."
[사진 = NEW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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