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현대 야구에서 불펜 투수의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메이저리그나 KBO리그 모두 불펜 투수, 그 중에서도 마무리 투수들의 주목도와 몸값은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간계투의 경우 다른 보직이나 포지션에 비해 주목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다.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전유수는 정통 불펜투수다. 1군 등판 276경기 모두 불펜으로 나섰다. 그 중에서도 그의 역할은 대부분 중간계투였다.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승리는 15번, 패배는 14번, 세이브는 3차례 뿐이다. 그나마 중간계투의 훈장인 홀드 조차 16번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았다. 전유수는 팀이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 접전일 때, 점수차가 클 때를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고 또 올랐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부상 없이 SK 불펜진 한 축을 맡고 있다.
전유수는 2016시즌 한 템포 쉬어갔다. 2013시즌 54경기, 2014시즌 67경기, 2015시즌 66경기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에는 46경기 등판에 만족했다. 그는 "아픈 것을 떠나서 마음가짐의 실패"라고 지난해를 냉정히 돌아봤다.
다음은 전유수와의 일문일답.
-지난 시즌을 돌아본다면?
"아쉽다. 내 자신이 못한 것도 있지만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나한테 주어진 역할이 있었을텐데 제대로 안된 것 같다" (전유수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시즌 출발을 1군에서 하지 못했다)
-작년에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했는데 현재 상태는?
"지금은 괜찮다. 그동안 경기를 많이 나갔는데 이전에는 팔에만 많이 신경 쓰고 다른 곳에 신경을 안썼다. 이제는 허리와 관련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비록 작년에는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SK 이적 이후 이렇다 할 부상없이 꾸준히 뛰고 있다. 요인이 있다면?
"복인 것 같다. 그래도 이제 나이도 서서히 들다보니까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격은?
"대부분의 일들에 '그러려니' 한다. 예민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예민했던 것 같다.아픈 것을 떠나서 마음가짐의 실패다. 아무래도 사람이다보니 그동안 경기에 많이 나가다가 (못 나가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예전에는 '나가서 점수를 줘도 다음날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작년에는 안 그랬다고 했지만 평상시 성격이 불펜투수라는 역할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민한 선수들은 한 경기에서 패전투수 되면 계속 곱씹을 수 있는데 나는 자고 나면 괜찮아지는 성격이다. 작년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좋았다. 많이 나갈 때 마냥 좋았던 것 같다. 패전투수 되면 열 받지만 그래도 좋았던 것 같다. 몸이 힘든 것과 마음이 힘든 것은 다른 것 같다. 그 때는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마음이 힘들지는 않았다"
-불펜투수의 경우 거의 매일 등판 대기를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예전 2군에 있을 때는 선발로도 던졌지만 1군에서는 계속 불펜에만 있었기 때문에 불편함은 못 느낀다. 다만 선발투수에 비해 마음의 여유는 적은 것 같다"
-고생은 많이 하지만 주목 받는 자리는 아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모르겠다. 주목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특별히 해 본적이 없다. 내 경우에는 인기를 끌기 위해서 하자고 생각한 적은 없다. 팀을 위해서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SK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내 역할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팀에서도 필요한 게 있을 것이다. 지금 역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프로 데뷔한지도 10년이 넘었다.(2005년 데뷔) 데뷔 당시 상상했던 내 모습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꿈꿨던 것을 넘어섰다. 예전에는 '1군에서 던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는 넘어선 것 같다. 이제는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 짧고 굵은 것보다는 중간으로 길게 가는게 좋은 것 같다"
-억대 연봉자다. 계약금 1500만원, 8라운드 지명을 생각하면 성공한 프로 인생일 수도 있는데
"성공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어릴 때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도 있었지만 나이가 든 뒤에는 '1군 마운드를 밟을 수 있을까'라는 것이 현실적인 생각이었다. 2군에서도 경기에 못 나가봤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간 것 같다. 때문에 나중에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도 해줄 것 같은데
"(서)진용이나 (김)주한이 등 불펜으로 나가는 선수들에게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려고 한다. 실력으로 따지면 이미 그 선수들이 나를 넘어선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마음가짐 등 멘탈에 대한 부분을 많이 얘기한다"
-올시즌 목표
"항상 특별히 정하지는 않는다. 정해놓고 이를 도달하면 거기에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갈 수 있는 데까지, 나갈 수 있는만큼 나가고 싶다. 그리고 작년에는 팀에 보탬이 안됐던 것 같다. 올시즌 뛰어난 성적이 나오면 물론 좋겠지만 일단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SK 전유수.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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