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남은 시즌 퓨처스리그 출전도 없다.”
지난 4일 KB스타즈의 주전 가드 홍아란(25)의 임의탈퇴로 여자프로농구계가 들썩인 가운데, 그에 앞서 역시 임의탈퇴로 코트를 떠났던 구슬(23)이 최근 원소속팀 구리 KDB생명 위너스로 복귀했다.
수원여고 출신의 구슬은 2013년 신인 4순위로 KDB생명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 180cm의 신장을 바탕으로 내·외곽 플레이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201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모습을 보였고, 지난 시즌에는 31경기서 평균 17분 50초를 소화하며 4.3점 2.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서는 기량발전상(MIP)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KDB생명 김영주 감독의 구슬을 향한 기대는 남달랐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구슬은 재계약이 아닌 임의탈퇴를 선택했다. 단순히 ‘농구를 쉬고 싶다’는 마음에 제멋대로 팀을 떠났다. KDB생명은 구슬 외에도 허기쁨, 최원선, 전보물 등이 한 번에 전력에서 이탈하며 시즌 준비에 차질을 겪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들어보니 구슬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더라”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랬던 구슬이 다시 농구판으로 돌아왔다. 지난 15일 용인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때 선수단과 동행했고, 선수 등록을 마치면서 지난 18일부터 코트에 나서는 데 제약이 없는 상태다. 본인도 냉혹한 바깥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와 농구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을 터. 그러나 김 감독은 남은 시즌 구슬을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먼저 구슬의 상태에 대해 “거의 1년 간 농구를 쉬었기 때문에 몸이 일반인 상태와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설령 몸이 만들어졌다 해도 남은 시즌 기용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1년 내내 열심히 훈련해도 뛰기 힘든 게 프로 무대다. 남은 시즌 정규리그는 물론, 퓨처스리그도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확고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묵묵히 땀 흘리며 시즌을 준비해온 선수들을 걱정했다. “항상 나는 선수들에게 열심히 해야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기존 전력이었던 구슬이 돌아왔다고 바로 코트에 복귀시키는 건 다른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난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라는 게 김 감독의 입장.
김 감독이 돌아온 구슬에게 바라는 건 절실함이다. 김 감독은 “이제 구슬은 코트에 나서고 싶은 간절함을 어필하는 방법 밖에 없다. 노력 여하에 따라 복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큰 힘에는 항상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격언이 있다. 프로다운 책임감 있는 자세로 코트 복귀를 모색해야할 구슬이다.
[구슬(첫 번째), 김영주 감독(두 번째).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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