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었다.
25일 울산 동천체육관. 모비스가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선발한 슈퍼루키 이종현이 삼성을 상대로 마침내 KBL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그동안 발등 골절로 재활했다. 유재학 감독은 "캐나다 출장(D리그 쇼케이스) 나가기 전에 오늘 데뷔시키기로 결정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종현 담당 주치의들과 모비스 트레이너들은 이종현의 출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 감독은 "나만 불안하다"라고 웃었다. 이어 "외부에선 종현이 합류로 우리 전력이 완성된 것처럼 보이고, 우리가 확 치고 올라갈 것처럼 본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자칫 오히려 망가질 수도 있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이종현은 슈퍼루키다. 그러나 이번 발등 부상과 재활로 농구를 시작한 뒤 아마도 가장 오래 쉬었을 것이다. 더구나 KBL은 고교, 대학 무대와는 힘과 테크닉의 격차가 상당하다. 심지어 이종현이 함지훈, 찰스 로드 등 빅맨들과 공수 역할분담 및 동선 조정 역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팀 연습을 소화해왔지만, 연습과 실전은 별개다. 유 감독이 "나도 종현이가 얼마나 해줄지 궁금하다"라면서도 신중한 이유다.
당장 이종현은 수비와 제공권에 힘을 보탤 수 있다. 206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만큼 본래 블록슛과 세로수비력은 우수하다. 리바운드는 두 말할 것도 없다. 공격에선 함지훈, 네이트 밀러 등과 합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지만, 수비에선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다. 유 감독도 "당장은 수비에서 해줄 것 같다"라고 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 역시 "안 그래도 모비스는 수비가 강한데 종현이 합류로 수비가 더 좋아질 것이다. 나 역시 종현이 데뷔전이 궁금하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모비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름의 대비도 했다고 털어놨다. "모비스가 2~3쿼터에 찰스 로드, 네이트 밀러, 이종현, 함지훈 등을 동시에 쓰면 우리도 (김)준일이를 투입할 것이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조심스러워했다. 로드, 함지훈, 이종현을 동시에 투입하면 공수전환이 너무 느려지고 골밑 공간활용이 효과적으로 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더구나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빠른 공수전환이 주무기다. 때문에 유 감독은 이종현과 밀러를 주로 함께 활용하면서 로드, 함지훈을 번갈아 활용했다. 이 감독도 굳이 김준일을 2~3쿼터에 넣을 이유는 없었다.
이종현은 1쿼터 5분16초를 남기고 코트를 밟았다. 양동근, 네이트 밀러, 함지훈과 함께 투입됐다. 유 감독은 "동근이는 손목이 좋지 않아서 오더에서 빼려고 했지만, 종현이 데뷔전이라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었다. 동근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종현이로선 심적으로 다를 것이다"라고 했다.
이종현은 라틀리프와 매치업됐다. 마이클 크레익이 들어오자 김준일과 매치업됐다. 그러나 공격과 수비에서 겉도는 인상이 강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듯했다. 2분39초를 남기고 우측 사이드에서 라틀리프를 앞에 두고 슛을 던졌으나 불발됐다. 1분16초전에는 좀 더 가까이에서 슛을 시도했으나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4분21초를 남기고 이관희의 슛이 림을 빗나가자 수비리바운드를 잡은 게 최초의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투입되는 2쿼터. 유 감독은 로드, 밀러와 함께 이종현을 투입했다. 대신 함지훈이 벤치에 앉았다. 이종현은 역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매치업 상대 크레익이 특유의 넓은 시야로 어시스트를 하는 걸 제어하지 못했다. 공격 역시 주도적으로 공을 잡아서 해결하거나 의미 있는 플레이를 하지는 못했다. 결국 2쿼터 중반 함지훈과 교체되면서 휴식을 취했다.
이종현은 3쿼터 시작과 함께 다시 투입됐다. 22초만에 좌중간에서 크레익의 중거리슛을 블록으로 저지했다. 그러나 7분4초를 남기고 크레익의 포스트업에 그대로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코트왕복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설상가상 모비스는 밀러가 잇따라 턴오버를 범하고 공격이 정체되면서 흐름을 삼성에 넘겨줬다.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이종현이 경기흐름을 장악할 수는 없었다. 함지훈이 이종현 대신 투입되면서 오히려 정비했다.
이종현은 심기일전했다. 4쿼터 9분14초전 양동근의 중거리슛, 7분16초전 로드의 중거리슛을 돕는 어시스트를 잇따라 기록했다. 그리고 64-73으로 뒤진 경기종료 4분50초전 양동근에게 볼을 받고 김준일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한 뒤 돌아서서 언더슛으로 데뷔 첫 득점을 올렸다. 다만, 수비에선 매치업 상대 김준일의 외곽슛을 봉쇄하지 못했다. 승기를 넘겨준 모비스는 끝내 삼성을 잡지 못했다. 삼성의 87-71 완승. 이종현은 20분40초간 2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을 기록했다.
기자가 지켜본 이종현은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팀 공수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로드, 함지훈과의 공존은 둘째치고 밀러, 함지훈과의 호흡도 완전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강점을 완전히 표출하지 못하는 상황서 수준급 외곽수비, 능숙한 포스트업과 중거리슛 등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종현은 특급신인이다. 남다른 하드웨어에 좋은 농구센스를 지녔다. 그의 곁에는 KBL 성실의 표본 양동근과 최고의 명장 유재학 감독이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다. 데뷔전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이종현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이종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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