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얼마 전 LG는 선수단 전원과 연봉협상을 마무리했다. LG의 연봉협상 기록을 살펴보니 232.1%란 팀내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지난 해 연봉은 2800만원이었으나 올해 연봉은 93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한층 성장했다는 증거다.
LG 외야수 이천웅(29)의 이야기다. 이천웅은 지난 해 103경기에 나와 타율 .293 6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플래툰으로 기용됐지만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출루 머신'으로 변신, 팀의 2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플레이오프 타율은 .200이었지만 출루율은 .529에 달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4연속 볼넷을 고르는 등 5사사구로 포스트시즌 신기록을 썼다.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르다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본인 스스로도 "돌이켜보면 정신 없이 1년이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한다.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지만 첫 31경기에서 타율 .261 2홈런 12타점으로 그리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된 2군행. 그가 말소된 날짜는 5월 14일이었다.
"몸과 마음 모두 힘들었다. 2군에 내려가기 전에 양상문 감독님과 면담을 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1군에 올라올 수 있다'고 하시더라. 2군에 내려가서는 김동수 감독님과 양영동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네가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천웅은 타격시 앞다리와 엉덩이가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천에서 담금질하며 재도약을 노렸다. 이천웅이 심혈을 기울인 건 타격 뿐이 아니었다. 주루와 수비, 그리고 번트 등 세밀한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이천웅은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한달 여가 지난 6월 17일이었다. 돌아오고 나서는 타율 .310 4홈런 29타점으로 나아졌으니 분명 효과는 있었다.
어느덧 이천웅은 LG의 2번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아졌고 그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당연했다. 이천웅은 2번타자로 나서면 테이블세터의 역할에 충실하려 했다.
"(김)용의 형이 1번에서 잘 살아 나갔다. 팀 득점력을 올리려면 내가 안타를 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용의 형을 한 베이스라도 더 보내면 박용택 선배님과 히메네스도 있으니까 외야플라이 하나라도 치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더더욱 2번타자의 역할에 매진했다. 플레이오프 출루율 .529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천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더더욱 '주자를 한 베이스라도 더 보내주자'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나도 긴장하고 투수도 긴장하고 서로 긴장한 상황이라 누가 실수를 안 하느냐에 따라서 출루 여부가 가릴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천웅은 비록 아웃으로 물러나더라도 '살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는 바로 3번타자 박용택이었기 때문.
"아웃되고 나서 박용택 선배님의 타석을 보고 많이 배웠다. 선배님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부터 '정립'을 하고 들어가는 것 같다. 외야플라이를 노릴 때 모양새와 컨택트에 집중할 때 타격폼이 다르더라. 선배님이 어떤 생각을 갖고 쳤는지 알 수 있었다"
이천웅은 플래툰으로 기용됐다. 따라서 제한적인 기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야 하는 압박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에 대해 "어려움을 느꼈다면 작년 같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플래툰 기용 역시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다음날 어떤 투수가 나오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야구장에 나와 연습하면서도 전력분석실에 들어가서 상대 스타일을 파악하기도 했다. 궁금한 건 먼저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 준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렇다고 이천웅이 좌완투수 상대 기록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표본은 작지만 타율 .294(51타수 15안타) 3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이천웅은 "물론 좌투수가 어렵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떨 때는 쉬울 때도 있다. 우완투수는 바깥쪽과 몸쪽을 번갈아 던지지만 왼손투수는 몸쪽을 잘 던지는 투수도 있고 바깥쪽만 던지는 투수들도 있어 잘 파악해서 들어가면 어렵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좌투수에 대한 두려움은 없음을 말했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이천웅의 성장을 방해하지 못했다. 이천웅은 "엄청 더웠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의외의 한마디를 했다. "추위를 타면 탔지 더운 건 괜찮다"는 게 그의 말. "감독님이 선수들 생각을 많이 해주셨고 체력 관리를 잘 해주셨다. '더우면 간단하게 하자'고 먼저 말씀해주셨다"고 양 감독에 고마움도 전했다.
지난 시즌 이천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9월 17일 잠실 삼성전에서의 끝내기 홈런이었다. 하지만 이천웅은 "이미 다 잊었다. 계속 생각하면 빠져들기 때문이다. 매년 톱니바퀴처럼 준비를 해야 한다.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올해다"고 감회에 젖은 눈빛 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첫 가을야구를 치른 경험도 소중하다. 이천웅은 "관중들이 많이 오셔서 구장이 꽉 찼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더라. 정규시즌도 마찬가지지만 더 예민했던 것 같다. 생소한 경험이라 그런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10경기를 했는데 4kg이 빠졌다. 단기간에 체중이 빠지는 스타일도 아닌데 분위기가 달랐다"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고 잠을 못 잤다. 시즌 중에는 술을 먹지 않는데 그날 회식하면서 처음으로 술을 먹은 것 같다. 술 먹으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역시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올해도 나가면 좋겠다. (차)우찬이 형도 들어왔으니 잘 될 것 같다"고 기대감도 나타냈다.
마지막 순간은 아쉬웠지만 분명 목표를 초과한 시즌이었다. "개막 엔트리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50경기만 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어느덧 50경기를 넘어갔고 100경기로 목표가 바뀌었다"는 이천웅은 "올해는 더 많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LG는 올해 어떤 성과를 낳을지 관심을 모은다. 차우찬을 영입하는 등 기대요소가 많다. 이천웅은 신중했다. "야구는 해봐야 안다. 좋은 투수가 들어와도 타자들이 못 치면 승리를 할 수 없다.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는 많은 것 같다. 나 자신부터 잘 해야 할 것 같다"
[이천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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