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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쿼터 5분 전부터 초조하다."
삼성 토종빅맨 김준일은 주로 1쿼터와 4쿼터에만 뛴다. 2~3쿼터에는 거의 출전하지 않는다. 삼성은 리그 최고의 단신 외국선수 마이클 크레익을 보유했다. 크레익과 리카르도 라틀리프에 김준일까지 골밑에 함께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골밑 동선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김준일은 1쿼터를 거의 풀타임으로 뛴 뒤 2쿼터와 3쿼터에는 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여기서 고충이 발생한다. 그는 25일 모비스전 맹활약 직후 "2쿼터에는 괜찮은데 3쿼터부터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다. 3쿼터 5분 전부터 초조하다. 불안하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왜 김준일이 이런 말을 했을까. 2~3쿼터를 벤치에서 지켜보면서 4쿼터에 뛸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L은 FIBA룰을 엄격히 적용, 벤치 멤버들에게 말 그대로 벤치에 앉아있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난 시즌까지 KBL은 벤치 멤버들에게 벤치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걸 허용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FIBA는 벤치 주위 풍경이 어수선해지는 걸 막기 위해 벤치 멤버들에게 자리에 착석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올 시즌 식스맨들은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한 상황서 경기에 투입된다. 부상 위험성이 높아지고,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시즌 초반 한 벤치멤버는 "솔직히 어려움이 있다. 마인드컨트롤로 극복해보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올 시즌 대부분 벤치 멤버는 경기 도중 벤치에 앉아서 두 손으로 공을 만지거나 튀기는 것에 그친다. 쿼터 사이 휴식시간에 잠시 일어나서 몸을 풀지만, 짧은 시간일 뿐이다. 김준일 역시 "경기를 보면서 공을 만지는 게 전부다. 몸이 풀리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결국 김준일로선 4쿼터 승부처가 다가올수록 초조하고 떨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KBL 감독들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모여서 한국농구와 KBL 발전에 대해 논의한다. KBL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이미 감독들은 시즌 초반 KBL에 벤치 멤버들이 자전거도 타고 가볍게 뛰면서 몸을 풀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KBL은 감독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KBL이 FIBA룰에 의해 리그를 운영하기로 했다면 벤치멤버 착석 룰도 지켜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KBL은 FIBA룰을 표방하지만, 로컬 룰도 있다. 대표적인 게 속공 상황의 U파울이다. 처음에는 U1, U2로 구분됐다. 이후 U파울로 통합했지만, 여전히 기준은 불분명하다. 속공을 장려한다는 취지지만, 정작 불분명한 기준으로 벤치의 경기운영을 어렵게 했다. 감독들의 불만만 가득하다.
KBL은 올 시즌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 받는다. 작년 12월31일 밤 10시 경기, 최근 성황리에 끝난 올스타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농구를 둘러싼 각종 기획보다는 농구 자체의 본질적 요소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KBL이 벤치 멤버들의 고충을 알고 있다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이 부분만큼은 FIBA룰을 따라간다는 것에서 예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지금 KBL에 필요한 건 융통성이다.
[김준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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