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로드는 모비스와 맞지 않는다."
모비스와 찰스 로드의 인연은 시즌 도중 끝났다. 모비스는 지난달 31일 KGC가 에릭 와이즈 가승인을 철회하자 곧바로 와이즈에게 가승인을 신청했다. 장신 외국선수를 단신 외국선수로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단신(네이트 밀러)과 단신(와이즈) 조합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 표명.
모비스는 1주일간 와이즈 영입 우선권을 갖는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31일 오후 팀 훈련 직후 로드에게 퇴출을 통보했다. 구단은 즉시 와이즈 유니폼 제작에 들어갔다. 와이즈는 1일 KCC와의 홈 경기서 모비스 데뷔전을 갖는다.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 농구와 로드가 미스매치라고 판단했다. 유 감독은 "내 스타일과 맞지 않는 게 아니라 모비스와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농구는 미스매치에 대한 약점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면 매치업 자체를 바꾸는 게 맞다.
유 감독이 로드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로드 특유의 스타일 때문이다. 기량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확한 미드레인지슛, 블록슛 능력을 겸비했다. 골밑 공격 기술은 다소 투박하지만, 전투력 자체는 KBL 동급 최강 수준. 올 시즌 모비스가 양동근의 장기공백에도 5~6위권을 지켰던 건 로드의 좋은 생산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로드 특유의 좋은 생산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지닌 약점에 의해 희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심판 판정에 예민하게 대응하다 스스로 자제력을 잃는 부분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특유의 불성실함, 게으름은 변하지 않는 로드의 본성이다. 유 감독이 로드를 교체한 핵심적 이유다. 결정적으로 지난달 29일 kt와의 홈 경기 직전 트레이너를 거치지도 않고 갑작스럽게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한 게 유 감독 눈 밖에 났다.
시즌 전 일본 전지훈련 당시 팀 훈련에 지각한 뒤 유 감독과 마찰을 빚다 사죄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후 돌출행동은 많이 줄었다. 그러나 느슨한 팀 훈련 태도는 유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를 들어 로드의 역량으로는 100을 쏟아낼 수 있는데 자꾸 4~50에 그치는 게 유 감독을 거슬리게 했다. 로드의 느슨한 훈련 자세로 모비스 팀 훈련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유 감독은 "1달 전부터 교체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바꿀 선수가 마땅치 않아서 바꾸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최근에는 아예 팀 훈련 집중력이 바닥 수준이었다는 게 유 감독 설명이다. 그는 "연습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경기만 뛰려고 한다"라고 했다.
모비스는 유 감독이 구축한 촘촘한 공수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갈 때 좋은 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로드의 불성실한 훈련 태도는 모비스 전력을 악화시키는 요소였다. 더구나 최근 모비스는 변혁기에 들어섰다. 특급신인 이종현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로드, 밀러, 함지훈과 다양한 조합을 테스트하고, 실전서 효과 및 부작용 확인 작업을 거쳐 플레이오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 모비스의 올 시즌 농사 결과와 미래를 감안할 때 아주 중요한 시기다.
이런 상황서 와이즈가 매물로 나왔다. 유 감독으로선 더 이상 로드와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밀러의 기량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팀 케미스트리부터 다잡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와이즈는 로드와는 달리 성실하다. 과거 삼성 시절은 물론, 올 시즌 KCC서도 건실한 골밑 공격력과 수비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유 감독은 일찌감치 발이 느린 로드-함지훈-이종현의 공존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더욱 로드에게 미련을 보일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단신+단신 외국선수 조합이지만, 큰 문제는 없다. 이종현과 함지훈이라는 토종 빅맨들이 있다. 두 사람이 장신 외국선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와이즈-밀러-이종현-함지훈을 효과적으로 활용, 로드가 있을 때보다 더 큰 시너지효과를 창출 할 수도 있다. 유 감독은 "와이즈 효과를 당장 설명할 수는 없다. 와이즈와 밀러, 와이즈와 국내선수들이 호흡을 맞춰가는 걸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로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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