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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특급 토종빅맨시대가 도래했다.
이종현(모비스)이 KBL에 데뷔하면서 한국 남자농구에 걸출한 토종 빅맨들의 시대가 열렸다. 현재 거의 대부분 구단이 4~5번을 오가는 2m 내외의 수준급 토종 빅맨을 보유했다. 그들의 활약에 올 시즌 순위다툼은 물론, 한국농구의 미래가 달라진다.
KGC 오세근, 삼성 김준일, 오리온 이승현, 동부 김주성, 모비스 이종현과 함지훈, LG 김종규, SK 최부경, KCC 하승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접은 하승진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김주성, 하승진, 함지훈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2010년 이후에 데뷔한 젊은 빅맨들이다.
외국선수 위주로 돌아가는 KBL 구단들의 공수시스템상 토종 빅맨들의 중요성은 엄청나다. 언더사이즈 빅맨을 보유한 구단들은 토종 빅맨들을 효과적으로 활용, 전력을 극대화한다. 미스매치를 유발하고, 골밑 수비의 견고함을 끌어올린다. 수준급 기동력으로 상대 수비를 괴멸시키기도 한다.
삼성은 김준일을 1쿼터와 4쿼터에 집중 기용한다. 김준일은 에너지 소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경기 막판 팀 공헌도가 높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의 하이&로 게임, 적중률 높은 뱅크슛이 돋보인다.
김주성과 함지훈은 3~4번 역할을 병행한다. 김주성은 외곽에서 활약하면서 3점포를 장착했다. 함지훈은 미드레인지에서 날카로운 패스센스와 정확한 중거리포를 가동한다. 그는 공간활용 효율성에 대한 유재학 감독의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이종현 입단으로 체력을 어느 정도 아끼면서 승부처서 더욱 순도높은 활약을 펼친다.
김종규는 기동력과 세로수비력에서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세트오펜스에선 여전히 포스트업 기술이 완숙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임스 메이스의 보조자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다. 최근 돌아온 김시래는 김종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드다. 탁월한 슈팅기술로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는 조성민의 합류도 김종규에겐 호재다. 더구나 조성민은 패스센스도 좋다. 김종규는 최근 효율적인 패스게임을 잘 마무리하거나 중거리포, 속공 피니셔로 많은 득점을 올린다. 3일 오리온전서는 데뷔 최다 30점을 올렸다. 다만, 5일 KGC전 막판 무릎을 다친 게 변수다.
이종현과 최부경은 소속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종현은 1월27일 LG전서 25점 18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면서 김종규에게 판정승했다. 5일 오리온전서도 이승현을 상대로 7점 12리바운드 5블록으로 좋았다. 이종현은 김종규와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공수 테크닉을 끌어올려야 한다. 체중감량으로 기동력과 외곽수비에 큰 구멍은 없다. 리바운드와 블록슛 능력도 좋다. 새 외국선수 에릭 와이즈, 네이트 밀러, 함지훈과의 호흡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 최부경은 신인 최준용의 골밑 수비부담을 덜고 제공권을 끌어올릴 수 있는 빅맨이다.
이승현은 공격 기술은 다양하지 않다. 그러나 정확한 외곽포를 보유했다. 그리고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신장은 2m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KBL 외국빅맨들을 도움수비 없이 능숙히 제어한다. 센터가 없는 오리온에서 센터 역할을 한다. 오리온 골밑은 이승현이 발목 부상으로 3주간 결장할 때 상대 빅맨들에게 사실상 손쉽게 뚫렸다. 공격에서도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내지 못해 다른 장신 포워드들의 효과적인 공격이 쉽지 않았다. 이승현은 3일 LG전서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닌 듯하다.
현장 지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 KBL 공수완성형 최강 토종빅맨은 단연 오세근이다. 타 구단 한 감독은 "피지컬이 엄청나다. 골밑에서 버티는 수비도 되고 포스트업 공격도 된다. 전체적으로 김종규, 김준일, 이승현, 이종현보다 한 수 위"라고 했다. 엄청난 상체 근력과 좋은 바디 밸런스를 바탕으로 외국인 빅맨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모두 능숙하게 펼친다. 중거리슛도 정확하다. 기동력도 갖췄다. 국내선수 득점 3위(14.1점), 국내선수 리바운드 1위(8.4개)다. 올 시즌 MVP 후보 중 한 명이다. KGC가 올 시즌 대권을 노리는 것도 건강한 오세근 덕분이다. 그는 2011년 데뷔 후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많지 않았다. KGC로선 오세근이 건강한 올 시즌에 일을 내야 한다.
오세근을 제외하고 현재 KBL 토종 빅맨들 중 완성형 선수는 사실상 없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약점이 있다. 특히 공격력에 아쉬움이 있다. 몇몇 지도자는 "승현이도 공격 기술이 단조로운 편이다.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은 뒤에도 힘과 수비만으로 농구를 할 수는 없다. 종규나 종현이도 아직은 받아먹는 플레이가 대부분이다. 공격 기술을 키워야 한다. 준일이는 세근이보다 피지컬에서 밀린다"라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KBL 토종 빅맨들의 자존심 싸움이 본격화됐다. 오세근과 함께 이종현, 김종규, 김준일, 이승현 등은 한국남자농구 미래를 책임질 빅맨들이다. 소속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떠나서 공수 완성형 빅맨으로 나아가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건전한 자존심 싸움은 KBL과 한국농구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조금씩 부족한 부분들도 있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한국농구가 보물처럼 다뤄야 할 소중한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위에서부터 오세근, 김준일, 김종규, 이종현,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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