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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화려한 테크닉을 갖춘 플레이메이커가 빠르기까지 하다면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지난 주말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그랬다.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한 그는 마커스 래쉬포드가 길을 잃자 빠르게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위치를 바꿨다. 그리고 맨유는 3골을 넣으며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 시티를 완파했다.
무리뉴 감독은 마이클 캐릭을 벤치에 앉히며 4-4-2 포메이션 가동했다. 올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4-2-3-1 혹은 4-3-3을 사용했던 맨유에겐 제법 큰 변화였다. 무리뉴는 이에 대해 “즐라탄이 레스터 센터백 모건, 후트와 1vs2 상황에 놓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래쉬포드를 투톱 스트라이커에 세웠다. 즐라탄에 여유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맨유는 경기 초반 래쉬포드가 스피드로 센터백 중 한 명을 유인하면 즐라탄이 후방 미드필더 지역으로 자주 내려와 공을 잡고 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래쉬포드는 문전에서 확실한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공의 소유와 패스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즉, 연결고리로서 경험이 부족했다.
맨유 레전드이자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게리 네빌은 “전반전부터 맨유는 4-4-2를 사용했지만 무리뉴가 원하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투톱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리뉴 감독은 빠르게 시스템을 전환했다. 측면에 있던 미키타리안이 래쉬포드와 자리를 바꿔 중앙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미키타리안이 골망을 갈랐다. 무리뉴의 능숙한 운영과 전술 변화가 경기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무리뉴 감독은 여전히 미키타리안에게 어울리는 최적의 포지션이 찾고 있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미키타리안은 맨유 이적 후 다양한 포지션을 뛰고 있다. 주로 오른쪽 사이드에 서고 있지만 중앙과 왼쪽에도 설 수 있다. 심지어 맨유가 퇴장으로 10명이 뛸 때는 왼쪽 풀백을 보기도 했다. 도르트문트 시절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뛴 적도 있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 원정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무리뉴는 그 동안 포그바를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했다. 하지만 캐릭이 속도에 약점을 노출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그는 포그바를 후방으로 내려 캐릭의 역할을 맡겼고, 미키타리안을 중앙에 배치했다.
미키타리안은 포그바보다 이선에 더 어울리는 선수다. 본래 윙어로 뛰었기 때문에 중앙에서 언제든지 사이드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측면 플레이메이커 마타와의 자연스러운 포지션 체인지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미키타리안은 기존의 플레이메이커와는 다른 스피드를 가졌다. 포그바도 빠르지만 단거리에서 미키타리안만큼 속도를 내진 못한다. 마타도 마찬가지다. 1997년생 래쉬포드는 미키타리안과 스피드에서 견줄만하지만 중앙에서 경기 흐름을 읽기에는 아직 어리다.
리버풀 출신 제이미 캐러거는 미키타리안이 무리뉴 감독의 역습 축구에 핵심 플레이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키타리안은 그가 뛰는 포지션에서 몇몇 선수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스피드다. 마타, 다비드 실바, 메수트 외질 등은 엄청난 테크닉을 갖췄지만 스피드가 없다. 미키타리안의 스피드는 상대에게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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