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CC는 에밋 딜레마를 안고 있다.
안드레 에밋은 KCC 절대적인 에이스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사타구니 부상으로 7일 전자랜드전까지 단 9경기 출전에 그쳤다. 11월 24일 LG전에 나섰으나 10월 28일 동부전 이후 1월 27일 kt전서 돌아오기까지 사실상 3개월간 쉬었다.
7일 전주체육관. 전자랜드와의 홈 경기를 앞둔 KCC 추승균 감독은 "시즌 중 3개월을 쉬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 눈에 봐도 에밋의 몸 상태는 작년과 다르다. 일단 체중이 불어났다. 전체적인 신체 밸런스가 지난 시즌만 못하다.
결국 에밋 특유의 리드미컬한 스텝에 의한 변칙적인 페넌트레이션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 돌아온 뒤 많은 득점을 올린다. 하지만, 성공률은 확 떨어졌다.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외곽수비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다. 에밋 복귀 이후 전체적으로 신장이 낮아지면서 국내선수들의 도움수비 비중도 높아졌다. 체력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는 게 추 감독 진단이다.
에밋의 떨어진 몸 상태가 에밋 딜레마의 출발점이다. 점수는 많이 올리지만, 승부처 효율성은 떨어진다. 동료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볼을 오래 끄는 스타일이 크게 부각된다. 수비수에게 막혀 도저히 슛을 시도하기가 어려울 때 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들은 효율적인 패스게임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 일명 '죽은 볼'. 추 감독은 "작년보다 패스가 덜 나가는 건 맞다. 동료에게 패스를 줄 때 주라고 한다"라고 털어놨다.
에밋이 없는 동안 KCC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2번 김지후와 3번 송교창이 부쩍 성장했다. 많은 공격기회를 가지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에밋이 돌아온 뒤 김지후와 송교창의 공격 기회는 다소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 공격이 단조로워졌다. 신장이 낮아지면서 수비력은 조금 약화됐다. (물론 추 감독은 "지후는 에밋이 돌아오기 전부터 슬럼프가 시작됐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에밋 복귀 이후 KCC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7일 전자랜드전 직전까지 1승4패에 그쳤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추 감독도 "쉽지 않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추 감독은 "당분간 상황을 좀 더 보겠다"라고 했다. KCC 관계자도 에밋 딜레마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상 다음시즌까지 에밋과 함께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태풍, 하승진이 건강하게 돌아오는 다음시즌은 추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에밋도 몸 상태를 추스르면 다시 한번 대권도전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KCC는 잔여시즌 에밋 딜레마에 대해 어느 정도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올 시즌 성적을 떠나서 다음시즌을 기약할 수 있다. 7일 전자랜드전서도 KCC의 고민이 여전히 드러났다. 이날 KCC는 71-70으로 이겼다.
일단 에밋은 추 감독의 주문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상대 수비망이 갖춰졌을 때 국내선수들과 클라크에게 패스를 내주면서 무리한 플레이를 최소화했다. 여전히 패스 타이밍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몇 차례 에밋과 국내선수들의 좋은 플레이도 있었다. 특히 67-62로 앞선 경기종료 30.7초전 돌파 과정에서 스핀무브 이후 골밑으로 침투한 송교창에게 패스를 내준 건 일품이었다.
이런 장면이 좀 더 나와야 한다. KCC가 패스게임으로 점수를 올린 건 대부분 이현민과 클라크를 거쳤을 때다. 경기 초반 이현민과 김지후, 이현민과 송창용 등의 연계플레이가 돋보였다. 에밋이 3쿼터 들어 다시 볼 소유시간을 늘렸다. 3쿼터에만 10점을 올렸으나 야투 성공률은 30%에 그쳤다. 에밋이 10차례 공격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의 공격은 총 4차례에 불과했다. 전자랜드가 3쿼터에 턴오버 5개를 범하지 않았다면 주도권을 잡기 힘들었다.
결국 추승균 감독은 외국선수 한 명 기용을 하는 4쿼터에 클라크를 내보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KCC 공격이 오히려 다양화됐다. 1쿼터에도 클라크가 뛸 때 오히려 KCC 공격이 다양하게 전개됐다. 4쿼터에도 그랬다. 클라크, 정휘량, 송교창 등이 고루 득점에 가세하며 오히려 스코어를 벌렸다.
추 감독은 9점 차로 추격을 당한 경기종료 4분46초전 에밋을 투입했다. 체력을 세이브한 에밋은 경기종료 2분20초전 우중간 돌파에 의한 뱅크슛으로 상대 반칙을 얻었다. 경기종료 30.7초전 송교창에게 내준 어시스트도 좋았다.
KCC는 경기 막판 전자랜드에 잇따라 3점포를 맞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추 감독이 KCC의 미래를 위해 에밋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4쿼터 초반 5분14초간 에밋을 쓰지 않은 건 의미가 있었다. 경기 막판 에밋의 체력을 세이브하면서 해결능력을 극대화하고, 국내선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에밋의 수비 약점을 의식한 선택이기도 했다. 에밋 딜레마에 대한 추 감독의 효과적인 대처였다.
[에밋.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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