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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수비수도 림에 맴도는 공을 걷어낼 수 있다.
KBL은 FIBA룰을 지향한다. 2014년에 골텐딩 규정을 개정했다. FIBA는 슛이 림에 맞은 이후에는 실린더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공격자의 손을 떠난 공이 림에 맞은 뒤 림을 맴돌거나 림 위의 실린더에 있더라도 수비수는 밖으로 걷어낼 수 있다.
과거에는 공이 림에 맞거나 림을 맴도는 순간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수비수가 건드릴 경우 골텐딩을 선언, 공격자의 득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FIBA룰은 다르다. 공이 림을 맞은 뒤에는 수비수가 건드릴 수 있다. 물론 공격자가 시도한 슛이 림이나 백보드를 맞기 전에 수비수가 내려가는 공을 칠 경우 여전히 골텐딩이다.
kt 김현민이 바뀐 규정을 잘 활용했다. 9일 동부와의 원정경기. kt가 77-75, 2점 앞섰다. 동부는 경기종료 22초를 남기고 아주 중요한 공격을 시도했다. 골밑의 웬델 맥키네스를 활용, 안정적으로 동점을 노렸다. 동점을 만들고 남은 시간 파울 없이 수비에 성공하면 연장전으로 갈 수 있다고 계산했다.
맥키네스가 리온 윌리엄스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윌리엄스의 오른쪽으로 돌면서 골밑슛을 던졌다. 그런데 공은 림을 뱅글뱅글 돌았다. 이때 김현민이 재빨리 림으로 뛰어올라 공을 걷어냈다.
중계방송사가 제작한 느린 그림에 따르면 김현민이 맥키네스의 슛을 걷어내지 않았다면 공은 림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컸다. 분명 공은 림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이 부분 때문에 동부 벤치는 맥키네스의 득점을 주장했다. 심판도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그러나 심판은 비디오판독 끝에 바뀐 룰을 정확히 적용했다. 김현민은 공을 잘 걷어냈다. KBL 기록프로그램에는 수비리바운드로 표시됐다. 김현민의 리바운드 이후 kt는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이후 상대 반칙작전에 김우람, 김영환이 잇따라 자유투를 성공하며 승부를 갈랐다.
경기 흐름상 김현민이 맥키네스의 골밑슛에 재빨리 반응하지 않았다면 kt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 후 kt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김현민은 바뀐 룰을 알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15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5점보다 4리바운드의 의미가 더욱 컸다.
한 지도자는 "수비수는 자신이 맡은 공격수뿐 아니라 공의 움직임까지 동시에 체크하고 반응해야 좋은 수비수로 인정 받는다"라고 했다. 도움수비와 로테이션, 리커버리가 빈번한 KBL에선 더더욱 중요하다.
당시 김현민이 맡은 공격수는 윤호영이었다. 그러나 그는 윤호영 뿐 아니라 공의 움직임에도 집중했다. 공이 맥키네스에게 투입되자 외곽에 있던 윤호영을 과감히 버리고 골밑으로 돌진, 맥키네스가 던진 슛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 윤호영은 김현민이 자신을 버리자 골밑으로 뛰어들었다. 맥키네스가 슛을 시도한 이후였다. 공격리바운드에 가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현민의 재치 있는 플레이가 더욱 돋보였다. 승부를 가른 위닝플레이였다.
만약 김현민이 공을 쳐낸 게 아니라 골대나 그물을 건드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골텐딩이 선언되면서 맥키네스의 2득점이 인정된다. 그만큼 수비수에게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김현민.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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