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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음 같아선 (임)영희가 받았으면 좋겠다."
2016-2017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 MVP는 박혜진(우리은행)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게 현장 지도자들, 농구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박혜진을 견제할 후보로 팀 동료 임영희와 김단비(신한은행)가 거론된다.
올 시즌 박혜진의 활약은 대단하다. 11일 현재 경기당 평균 13.7점(리그 7위, 국내선수 2위), 5.1어시스트(1위), 5.9리바운드(리그 9위, 국내선수 2위), 1.5스틸(7위)을 기록 중이다. 개인기록 커리어하이다. 순도도 높다. WKBL이 산정하는 공헌도 2위(847.90점)다.
박혜진은 올 시즌 특유의 치고 받는 공격적인 농구를 회복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팀 오펜스에도 크게 기여한다. 위성우 감독도 박혜진의 MVP 선정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위 감독이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선수는 맏언니 임영희다. 그는 "마음 같아선 영희가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올 시즌 임영희는 경기당 평균 12.8점 3.96어시스트 2.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기록으로만 따지면 박혜진이나 김단비에게 밀린다.
하지만, 위 감독이 임영희를 지지하는 건 그만큼 우리은행에서 임영희가 차지하는 상징적 존재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위 감독은 선수단 맏언니 임영희에게 인간적인 고마움을 갖고 있다.
평소 위 감독이 팀 케미스트리를 고려, 팀 훈련에 고참들을 배려하지 않는 건 유명하다. 임영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해 38세의 베테랑이다. 더구나 우리은행 훈련 강도는 여전히 다른 구단들보다 세다.
위 감독은 통합 5연패를 위해 체력적으로 강훈련이 버거운 임영희의 고충을 알면서도 외면했다. 경기 출전시간을 조절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위 감독 역시 "(임영희가)아직도 수비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면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욕을 먹는다. 그래도 묵묵히 다 받아들인다"라고 고마워했다.
중요한 건 임영희가 힘든 내색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그랬다. 보통 멤버 구성이 좋은데 성적이 나지 않는 팀들은 십중팔구 구단 내부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고참이나 전력 핵심의 돌출행동은 팀 사기를 저하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임영희가 인정 받아야 한다. 그는 솔선수범한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된다. 최고참이 앞장서서 강훈련을 소화하고 위 감독의 주문을 척척 소화하니 후배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기록 수치는 박혜진보다 떨어지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절체절명의 승부처서 한 방의 위력은 박혜진만큼 대단하다. 여전히 임팩트가 살아있다. 우리은행 막강전력의 한 축이다.
위 감독은 정규시즌 5연패 확정 이후 작전시간을 부르지 않는다. 승패 부담이 없는 경기서 젊은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임영희는 출전시간이 늘어난 젊은 식스맨들을 직접 이끈다. 임영희는 3일 KB전, 5일 KDB생명전 4쿼터와 연장전서 볼 데드가 됐을 때 선수들을 모아 이것저것 얘기하고, 다독였다. 위 감독도 "그런 부분 때문에 영희가 MVP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위 감독의 바람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임영희가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올 시즌 박혜진의 퍼포먼스가 너무 막강하다. 이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임영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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