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승부처: KDB생명 맹추격 따돌린 KB 박지수 효과

[마이데일리 = 구리 김진성 기자] "김소담에게 1대1로 맡기고 정 안 되면 변칙수비도 해봐야죠."

13일 구리체육관. KDB생명과 KB의 6라운드 맞대결. 3위 다툼이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서 두 팀 모두 상대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핵심은 KB 특급신인 박지수였다. 박지수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빠른 속도로 WKBL에 적응하고 있다.

박지수는 세부적인 개인공격 테크닉은 아직 부족하다. 파워가 약해 거친 몸싸움에 약한 경향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당장 제공권과 블록에서 확실한 위력을 발휘하는 건 분명하다. 패스센스도 좋아 효율적인 연계플레이도 가능하다. KB는 박지수와 카라 브렉스턴으로 이어지는 더블 포스트를 활용하거나 박지수와 플레넷 피어슨을 기용해 높이와 기동력을 동시에 살리는 전술을 구사한다.

KB는 강아정과 김가은의 외곽포가 좋다. 그동안 내, 외곽 연계플레이를 확실히 살리지 못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내, 외곽 공격밸런스가 살아나면서 조금씩 반등하는 것도 사실.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박지수를 김소담에게 1대1로 맡기고 (조)은주나 진안 등에게도 맡기겠다. 정 안 되면 변칙 수비도 해보겠다"라고 했다. 박지수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을 의식, 최대한 1대1로 버텨보겠다는 심산.

그러나 김소담과 진안은 박지수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초반부터 파울이 쏟아졌다. 파울관리가 다소 미숙했다. 완전히 자리를 내준 뒤에도 파울로 끊는 경우도 있었다. KDB생명은 김가은과 박지수, 박지수와 심성영, 카라와 박지수의 연계플레이를 전혀 막지 못했다. 스위치디펜스를 시도했으나 미스매치를 효과적으로 메우지 못했다.

박지수는 무리하지 않았다. 철저히 동료를 활용했다. 남다른 위치선정능력으로 고비마다 중요한 리바운드를 따냈다. 1쿼터 막판 김소담을 상대로 포스트업 득점도 올렸다. KB는 박지수를 중심으로 패스게임이 좋았다. 상대 스위치디펜스 과정에서 발생한 미스매치를 잘 활용했다. 강아정과 김가은의 3점포로 달아났다.

박지수의 진가가 나타난 건 3쿼터 중반. 5분34초전 조은주, 5분3초전 김소담을 잇따라 5반칙으로 내보냈다. 모두 박지수가 자리를 잡고 슛으로 연결하는 과정이거나 피어슨과 박지수의 연계플레이 과정이었다. KDB생명은 KB의 외곽포를 의식, 섣불리 지역방어를 사용하지도 못했다.

KDB생명 공격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쉬운 슛을 많이 놓쳤다. 제공권에서도 밀렸다. 그러나 2쿼터부터 투입된 카리마 크리스마스가 제 몫을 해내며 서서히 추격했다. 크리스마스는 박지수에게 들어가는 피어슨의 패스를 세 차례나 스틸로 연결하며 좋은 수비센스를 과시했다. 그리고 연속 득점을 올렸다.

KB의 최대위기는 4쿼터 중반이었다. 박지수가 경기종료 5분23초를 남기고 4파울을 범한 것.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를 빼고 정미란을 투입했다. 이후 KB는 철저한 박스아웃과 리바운드 가담으로 제공권 우위를 유지했다. 피어슨이 KDB생명 선수들의 많은 파울을 활용, 철저하게 자유투를 얻어냈다.

안 감독은 경기종료 2분7초를 남기고 다시 박지수를 넣었다. 약 3분16초간 오히려 스코어를 벌린 상태였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박지수는 재투입되자마자 공격리바운드를 걷어내며 위력을 과시했다. 경기종료 12초전 KDB생명 한채진의 3점포를 블록하며 팀 승리를 확인시켰다. 결국 KB의 74-67승리.

기록지에는 피어슨의 23점, 강아정의 21점이 가장 돋보였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9점 13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을 기록한 박지수의 임팩트가 피어슨, 강아정 못지 않게 컸다. 박지수 효과의 실체다. KDB생명은 박지수 효과를 반감시키지 못한 게 숨은 패인이었다.

[박지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