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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문라이트’는 3연으로 구성된 한 편의 시(詩)다. 1연은 유년, 2연은 청소년, 3연은 청년 시절로 이어진다. 흑인 아이가 20년의 세월 동안 ‘동성애 편견과 소외’라는 상처를 딛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거친 세상에서 아무리 바닥으로 떨어질지라도, ‘내면의 목소리를 잃지 않겠다’는 조용하지만 강인한 선언.
1. 리틀
샤이론은 리틀(Little)로 불린다. 왜소한 체격에 왕따를 당하며 친구들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다니다 마약중개인 후안(마허샬라 알리)을 만난다. 후안은 마이애미 바닷가에서 리틀에게 수영을 가르쳐준다.
“넌 세상 한 가운데 있는거야.”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는 마약에 중독된 현실에서 리틀(알렉스 히비트)에게 후안은 세상의 버팀목이다. 그는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돼”라는 말까지 들려주는데, 후안의 대사는 시인의 음성처럼 들린다.
후안은 관객을 리틀의 예민하고 여린 삶 속으로 인도한다. 그러니까, 1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타인(사회의 소수자인 흑인 동성애자)의 삶에 관심을 갖도록 주의를 환기시킨다.
1연의 키워드는 ‘세상의 중심’이다.
2. 샤이론
고등학생이 된 샤이론(애쉬튼 샌더스)은 유년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케빈(안드레 홀랜드)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마이애미 바닷가에서 샤이런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을 때 달빛은 푸르게 비친다.
학교에서 폭력과 구타의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샤이런은 어떤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1연에서 후안이 들려준 삶의 지침을 실천하는 것.
2연의 키워드는 ‘정체성’이다.
3. 블랙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블랙(트래반트 로즈)은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두텁게 쌓여있는 편견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까. 아니면 생존을 위해 감추고 살아가야할까.
다시 2연으로 돌아가서 3연을 복기하면, 여기서도 달빛이 흐른다. 이제 단순히 흐르지 않고 깊게 스며든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결심하는 일은(동성이든, 이성이든), 그것이 먼 훗날까지 이어지지 않을지라도,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3연의 키워드는 ‘사랑’이다.
다시 1연으로 돌아가면, 리틀이 샤이론이 되고, 샤이론이 블랙으로 성장하는 일련의 삶의 리듬이 우리네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우리 모두는 세상의 중심이니까, 내면의 목소리를 갖고 살아가는 인간이니까.
이토록 아름다운 시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사진 제공 = 오드]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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