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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오리온이 더 간절했다.
15일 고양체육관. 오리온과 삼성의 5라운드 맞대결. 양 팀은 경기 전 악재를 만났다. 오리온은 13일 팀 연습 도중 최진수, 오데리언 바셋, 장재석이 다쳤다. 최진수는 블록을 시도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손을 플로어에 찧다 어깨를 다쳤다. 바셋과 장재석은 연습 도중 발목을 다쳤다.
결국 최진수는 출전선수명단에서 빠졌다. 추일승 감독은 "2~3일 정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 바셋의 부상은 경미했다. 그러나 장재석은 통증이 가볍지 않은 상황.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섰다.
삼성도 어수선했다. 이상민 감독이 14일 부친상을 당했다. 발인이 16일이라 이 감독이 오리온전을 지휘할 수 없었다. 박훈근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러나 벤치워크 및 파워에서 오리온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전원 검정색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했다. 선수들은 왼쪽 어깨에 검정색 근조 리본을 부착했다.
오리온이 좀 더 승리에 간절했다. 이날 전까지 선두 삼성 2경기, 2위 KGC인삼공사에 1.5경기 뒤졌다. 이날 질 경우 삼성에 3경기 차로 밀리면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1~2위 도약이 쉽지 않다. 반면 이길 경우 삼성과 KGC를 동시에 1경기 차로 추격하면서 4강 직행은 물론 정규시즌 우승까지 도전할 수 있는 상황.
오리온은 이승현의 컨디션이 유독 좋았다. 장재석에게 많은 에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서 이승현의 활약은 중요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1대1로 막았고, 애런 헤인즈나 문태종이 트랩으로 이승현을 도왔다.
이승현은 발목 부상에서 회복된 뒤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러나 추 감독은 "최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이승현은 이날 슛 감각이 눈에 띄게 좋았다. 헤인즈, 김동욱, 바셋과의 연계플레이가 돋보였다. 이제까지 이승현이 좀 더 만들어주는 쪽에 가까웠다면, 이날은 이승현이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이승현의 움직임이 좋았다는 뜻이다. 중거리슛과 3점슛 감각도 좋았다.
오리온은 초반부터 헤인즈와 바셋이 자신보다 국내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에 신경 썼다. 이승현, 김동욱, 문태종과의 좋은 어시스트, 득점이 나왔다. 2~3쿼터에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이 동시에 들어서자 이승현의 라틀리프 수비 부담이 좀 더 커졌다. 섣불리 라틀리프에게 도움수비를 시도하다 크레익에게 찬스를 줄 수 있기 때문. 실제 삼성은 2~3쿼터에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동시에 살아나면서 맹추격했다.
그러나 삼성은 오리온 연계플레이를 저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스위치디펜스 과정이 느슨했다. 오리온에 많은 찬스를 허용했다. 외곽슛 컨디션도 전체적으로 좋지는 않았다. 오히려 라틀리프와 크레익의 단조로운 공격이 이어지면서 오리온만 수비하기가 좋았다. 박훈근 감독대행은 이동엽, 천기범 등 백업 멤버들을 활용, 분위기 전환에 나섰으나 주전들과 기량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삼성은 추격 포인트에 잇따라 실책을 범하면서 흐름을 넘겨줬다.
오리온은 3쿼터 초반 5점차까지 추격을 당했으나 이후 바셋을 중심으로 국내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다시 점수차를 벌렸다. 최대 17점차까지 달아났다. 3쿼터 막판 바셋, 김동욱, 헤인즈로 이어지는 얼리오펜스는 예술이었다.
삼성은 저력이 있었다. 4쿼터 초반 라틀리프 대신 투입된 크레익이 이시준의 3점포를 도왔다. 이동엽과 임동섭의 3점포 등으로 순식간에 5점차까지 추격했다. 박 감독대행은 초반 약 3분간 라틀리프와 문태영의 체력을 세이브하면서 백업 멤버들로 잘 버텼다.
그러나 오리온은 경기종료 6분9초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들어오자 오히려 버텨냈다. 헤인즈의 연속 득점과 김진유의 앨리웁 슛, 페넌트레이션 득점이 나왔다. 이후 특유의 연계플레이가 연이어 나왔다. 김동욱이 돌파하던 이승현에게 절묘하게 어시스트를 건넨 건 특히 돋보였다. 결국 10점 내외 스코어를 유지하면서 선두 삼성을 잡았다. 경기종료 3분22초전 이승현이 먼거리에서 터트린 3점포가 결정적이었다.
오리온은 공동선두 삼성과 KGC를 1경기 차로 추격하면서 정규시즌 대역전 우승 희망을 이어갔다. 삼성은 이상민 감독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 오리온이 삼성보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좀 더 간절했다.
[이승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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