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개인의 신념과 국가의 안위가 충돌할 땐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신념이 우선인가, 안위가 먼저인가. 자신의 신념이 전우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가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중요한가, 타인이 소중한가.
멜 깁슨 감독의 ‘핵소 고지’는 개인의 신념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신념은 타인과 국가와도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증언하는 작품이다.
비폭력주의자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자원 입대한다.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로 총기 훈련을 거부하자 육군은 군대 기강과 단합을 흐린다는 이유로 그를 제대시키려하고, 동료들은 겁쟁이라며 비난과 조롱을 가한다. 군사재판을 통해 신념을 인정받은 도스는 오키나와 전투에 총 없이 의무병으로 참전할 것을 허락받는다.
이 영화는 2차 대전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핵소 고지에서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는 멜 깁슨 감독이 좋아하는 테마인 용기, 애국심, 신념 등의 가치를 모두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부모와 애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군대에 자원하는 용기, 가족과 조국을 지키려는 애국심, 그리고 절대 꺾이지 않는 종교적 신념이 어떻게 기적을 만들어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특히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에 다니며 토요일에 일을 하지 않는 도스가 가장 격렬한 전투를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하는 대목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드러낸다.
총알이 빗발치고, 포탄이 작렬하는 전장의 참혹한 실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촬영과 편집,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연상될 정도로, 전장 한 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앤드류 가필드는 어떤 위험 속에서도 종교적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는 인물을 열연했다. 그가 종교적 신념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사일런스’에 출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멜 깁슨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그의 얼굴에서 나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읽어냈을 것이다.
종교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탄압, 억압, 배제, 소외, 추방 등의 위협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핵소 고지’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사진 제공 = 판씨네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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