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해빙'보고 집에 가니까 무서웠다고요? 앗싸!"
조진웅은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에서 "무서웠다"라는 감상평을 하는 기자의 말에 "앗싸!"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진웅의 심리스릴러'라고 홍보 포인트가 맞춰있던 '해빙'에 대한 그의 중압감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의도한 바가 전달된 데에서 오는 기쁨의 탄성이었다.
'해빙'은 내과의사 승훈(조진웅)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얼었던 한강이 녹고 떠오른 시체처럼 수면 위로 드러난 진실과 맞닥뜨린 각 인물들의 모습과 심리를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4인용식탁'을 연출하고 14년 만에 돌아온 이수연 감독의 복귀작이다.
"의도했던 지점이 있었는데 참 그래도 우리가 그 지점을 잘 지켜가면서 완주했구나 싶어요. 다행이었다고 해야할까, 이런 영화가 맹점들이 많잖아요. 이 영화는 관점의 이야기이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영화예요. 접근도 힘들지만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힘든 작업이고 개인적으로는 신명나는 작업이었어요."
조진웅은 심리스릴러 '해빙'의 촬영 작업을 두고 "신명났다"라는 단어를 여러번 사용했다. 이는 신구부터 김대명, 이청아, 조진웅 자신과 이수연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쿵짝이 잘 맞아 이뤄낸 결과였다.
"'해빙'은 계산할 수 없는, 계산되면 굉장히 찌그러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어떤 리액션을 계산할 수 없었어요. 그런 것들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어요. 그런 작업들을 간만에 연극이 아닌 영화의 화법으로 해봤는데 제 생각에는 그렇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 신나는 거예요. 이수연 감독님이 대본을 굉장히 잘 지키시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변칙, 변주들, '저렇게 하면 NG 아니야?'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집중해서 다양하게 연기했어요."
조진웅은 평소 연기를 하면서 모니터를 하지 않는다. 모니터를 보는 것, 이를 통해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감독의 몫이고 자신은 앵글 앞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것과 동물적인 감각을 펼치면 되는 것이었다. 조진웅은 충분히 이수연 감독, 배우들과 해당 상황을 인지하고 그 상황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기에 다양한 변주들이 나왔고 그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조진웅의 연극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신구 선생님, 김대명 씨에게 다 배웠어요. 신구 선생님은 굳이 말씀 안드려도 될 것 같아요. 대명이는 착한 것을 넘어서 선하죠.(웃음) 관객 분들은 그래서 '해빙' 속 성근(김대명)을 더 서늘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평소 김대명 씨는 너무 착해서 '대명이에게 누가 어떻게 하면 내가 막을 거야'라는 것이 제 안에 생기게 됐어요."
조진웅은 인터뷰를 하면서 '해빙' 속 감정이 가장 극대화된 장면으로 극 중 아내 윤세아와의 호흡을 꼽았다. 긴 시퀀스는 아니지만 승훈의 터트리는 감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자 전환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4년 전 결혼을 한 조진웅은 아내를 떠올리며, 승훈이 겪는 그 상황이 실제라면 끔찍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에 임했다.
"원래는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마디도 안하고 제 어깨에 손을 살포시 얹기만 하더라고요. 어깨에 손을 얹는데 승훈의 감성은 굉장히 무너지게 됐어요. 거기서 세아 씨가 얼굴을 보라는 식으로 잡아당기는데 감정을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게 배우로서는 엄청나게 신명나는 일이에요. 그런 것들은 디테일하게 짠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나오는 것들이니까요."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