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신구가 영화 '해빙'에서 섬뜩한 대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구는 '해빙'에서 정노인 역을 맡아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정노인은 평생 하던 정육점을 아들 성근(김대명)에게 물려주고 오래된 정육점 한 귀퉁이에 사물처럼 앉아있는 치매 노인.
그는 승훈(조진웅)의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하는 도중, "팔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 이렇게 따로 버려야 내년 4월까지는 떠오르지 않을 거야"라는 살인 고백과도 같은 말을 무심코 읊조린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와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전국민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친숙하고 온화한 이미지로 각인된 신구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보여준 모습들과는 또 다른 모습의 정노인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치매 노인의 해맑고 순수한 미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섬뜩한 살인 고백, 그 뒤에 이어지는 섬뜩한 미소까지. 영화 내내 아무것도 모르는 멍한 눈빛과 해맑은 미소 그리고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응시를 오가는 극과 극의 얼굴은 배우 신구가 가진 연기의 스펙트럼과 표현력의 깊이를 실감시킨다.
내시경 이후 끊임 없는 공포와 의심에 빠진 승훈에게 "처음엔 다 그래, 이게 또 하다 보면은 계속하게 돼"라는 의미 심장한 말과 일그러진 미소를 띄우는 정노인의 표정은 관객들의 심장을 움켜잡으며 극한의 서스펜스로 몰아간다. 이처럼 등장하는 매 순간마다 뇌리에 박히는 대사들로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심리스릴러물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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