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벼랑 끝 승부였다. KB만 웃었다.
2일 인천 도원체육관. 신한은행과 KDB생명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신한은행과 실낱 같은 희망이 남아있는 KDB생명 모두 이겨야 했다. 시즌 운명이 갈린 한 판이었다. 그래서 벼랑 끝 승부.
KDB생명은 이날 신한은행을 이기고 3일 KB가 우리은행에 져야 5일 KB와의 최종전을 통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KB가 챔프전에 대비, 총력전에 들어간 우리은행에 이기는 게 쉽지는 않다. 마지막 한 판이라면 KDB생명도 박지수가 버틴 KB를 잡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게 되려면 일단 이날 신한은행을 이겨야 했다. 그러나 신한은행도 물러설 수 없었다. 이날 DB생명에 패배할 경우 2005년 겨울리그 이후 12년만의 꼴찌를 확정한다. 4일 KEB하나은행전 결과에 따라 KDB생명, KEB하나은행과 동률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전적서 모두 밀린다.
뚜껑을 열어보니 신한은행의 전투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최하위를 당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지난해 11월23일부터 12월10일까지 최하위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최종성적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회원사 전원 금융, 보험사인 여자프로농구는 라이벌 의식이 엄청나다. 같은 플레이오프 탈락이라고 해도 최하위보다는 5위, 5위보다는 4위가 낫다. 팬들은 별로 관심 없어도 구단 관계자들에겐 피 말리는 승부다.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는 욕심내지 않았다. 김연주, 곽주영, 데스티니 윌리엄즈와 철저히 연계플레이를 했다. 그동안 김단비는 연계플레이에 약했다. 하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한채진의 마크를 따돌리면서, 자신의 공격과 동료의 득점 비율을 신경 썼다. 먼저 3점포를 터트린 뒤 곽주영, 윌리엄즈의 득점을 연이어 도왔다. 2쿼터 초반에도 윌리엄즈의 3점 플레이를 이끌어냈다. 곽주영, 김아름, 윤미지의 중거리포 모두 김단비의 손을 거쳤다.
KDB생명은 심리적 압박감이 극심했다. 이 경기 전까지 4연패로 최악의 흐름. 좋은 멤버구성에 잠재력 풍부한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경기력 기복이 너무 심하다. 시즌 내내 안정감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벼랑 끝까지 몰렸다.
이날도 여전했다. 초반 베테랑 조은주와 이경은이 효율적인 공격을 했다. 1쿼터 막판에는 카리마 크리스마스가 득점포를 가동하며 반격했다. 그러나 2쿼터 초반 신한은행이 패스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했음에도 지역방어를 유지하다 흐름을 내줬다. 조은주와 크리스마스의 3점포로 추격했으나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3쿼터 중반까지 지지부진했다. 이때 신한은행은 김단비와 김연주의 외곽포로 정비했다. KDB생명은 단발 공격이 많았다. 이경은과 노현지의 3점포가 나왔으나 추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4쿼터 초반 이경은과 크리스마스, 한채진과 하킨스의 연계플레이가 통하면서 맹추격했다. 신한은행은 갑작스럽게 조화로운 공격의 맥이 끊겼다.
그러나 신한은행에는 에이스 김단비가 있었다. 맥컬리의 골밑 공격을 도운 뒤 작전시간 이후 직접 자신이 공격을 성공했다. 반면 KDB생명은 노현지와 한채진이 잇따라 라인크로스, 트레블링을 범하면서 추격의 끈을 놓았다. 결국 승부는 신한은행으로 기울었다.
신한은행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최하위 추락 위기서 벗어났다. 하나은행과의 4일 최종전에 따라 4~5위 확정 가능성이 있다. 반면 KDB생명은 대역전 플레이오프행 꿈을 접었다. 두 팀의 혈투에 웃은 당사자는 KB다. KB는 천안 숙소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며 3위 확정 기쁨을 누릴 것이다. 삼성생명과 KB의 3전2선승제 플레이오프는 10일 용인에서 시작한다.
[신한은행 선수들(위), KB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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