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년 전 악몽이 떠오른다.
6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1라운드 A조 개막전서 이스라엘에 10회 연장 끝 1-2로 패배한 한국. 김인식호는 7일 네덜란드전, 9일 대만전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것도 무조건 크게 이기는 게 좋다.
한국이 네덜란드에 지고 대만에만 이겨도 희망은 있다. 이스라엘이 3승, 한국, 네덜란드, 대만이 모두 1승2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이스라엘과 대만에 모두 패배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네덜란드 전력을 감안할 때 현실화되기 어렵다. 즉, 한국이 7일 네덜란드에 지면 사실상 1라운드 탈락이 유력해진다. 한국이 네덜란드에 질 경우 경우의 수도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이 네덜란드와 대만을 모두 이기면 2승1패다. 그리고 네덜란드가 이스라엘, 대만을 모두 이기고 이스라엘도 대만에 이기면 한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모두 2승1패가 된다.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있는 시너리오다.
이번 대회 규정에 따르면 2팀이 동률을 이룰 경우 승자승으로 순위를 가린다. 그런데 3팀이 2승1패(1~3위 결정)로 동률을 이룰 경우 1위는 동률 팀들간 이닝당 최소 실점, 최소 평균자책점, 최고 타율 순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2~3위는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3팀이 1승2패(2~4위 결정)로 동률을 이룰 경우 위의 규정으로 2~3위가 단판 플레이오프를 펼치고 4위는 탈락한다.
즉, 한국은 네덜란드와 대만에 무조건 이기되, 실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혹시 3팀이 동률이 되면 이닝당 최소 실점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이닝당 최소 실점과 최소 평균자책점마저 같을 경우까지 대비, 안타를 최대한 많이 쳐서 팀 타율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실점, 최소 평균자책점, 팀 타율까지 감안하면 완승 혹은 대승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타선은 점수를 많이 뽑고, 투수들은 실점과 자책점을 최소화하면 자연스럽게 완승 혹은 대승이 따라온다. 경기내용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야구는 상대적이다. 이스라엘전서 부진했던 타선이 네덜란드전서 갑작스럽게 살아날 수 있다. 반대로 투수들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스라엘전서 저득점, 저실점 게임을 했지만, 네덜란드전과 대만전서 갑작스럽게 타격전이 벌어질 수 있다. 그게 야구다.
하지만, 단 하루만에 반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스라엘전 패배도 패배지만,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 타자들은 답답했다. 변화구 투수가 많은 걸 알면서도 타격감이 정상적으로 올라오지 못해 변화구에 타격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투수들은 그럭저럭 잘 막았지만, 9개의 사사구를 내주면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KBO리그 심판들과 미국 심판들의 미묘하게 다른 스트라이크 존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네덜란드전, 대만전서는 이스라엘전 패배라는 심리적 충격과 부담감이라는 무형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그리고 야구가 아무리 의외성이 높다고 해도(특히 단기전), 객관적 전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전, 현직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네덜란드는 자타공인 A조 최강이다. 그들도 첫 경기인데다 오랜만의 실전이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객관적 전력이 좋은 팀일수록 자멸할 가능성은 낮다. 이스라엘전서 드러난 한국 타선 컨디션을 감안할 때 타점이 높고 볼 끝이 묵직한 릭 벤덴헐크(소프트뱅크) 공략이 쉽지 않을 듯하다.
김인식호가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쉽지 않겠지만, 네덜란드전, 대만전 완승 외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1패라도 추가하면 1라운드서 탈락했던 4년 전 악몽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진다.
[김인식호 선수들. 사진 = 고척돔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고척좀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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