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우들은 자신의 몸과 영혼을 가지고 연기를 한다. 그래서 몸 관리를 잘하는 것도 좋은 배우의 덕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기에 몰입되면 순간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게 된다.
그때마다 현장 프로듀서는 긴장하고 마음을 사리지 않게 된다. 그날 조진웅은 그랬다. 현장을 라인 프로듀서이하 제작팀에 맡긴 사이였다. 현장에서 주연배우인 조진웅의 부상 소식을 들었다. 급히 차를 출발시키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현장 제작부장에게 부상 경과는 들었지만 내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니 배우는 없었다. 급히 매니저와 통화를 해 보니 응급실까지 왔지만 대기 시간과 치료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니 조진웅은 오늘 촬영 분량을 생각하며 바로 촬영현장으로 차를 돌렸다고 했다.
고맙기도 했지만 조진웅과 세 번째 작품을 하게 되는 나는 그의 앞날에 누가 될까,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기에 그날의 촬영은 마무리 될 수 있었지만 순간 아찔했다.
지금 영화 '해빙'에는 그 때 그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문신남('해빙'에서 중요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한 배역)이 승훈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여느 액션씬처럼 넘어 갈 수 있는 씬이지만 난 지금도 그 장면을 보면 조진웅 배우에게 고마움과 그날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조진웅과 김대명이 만났다.
'해빙'이 기획되고 캐스팅 과정에서 제일 먼저 캐스팅이 확정된 것은 당연히 조진웅이었다. 해빙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였다. 하지만 영화 해빙에는 관객들에게 드러나지 말아야 할 배역이 대부분이었다.
정육점 정노인은 그 이름의 무게감과 유쾌함으로 감동을 주시는 신구 선생님이 캐스팅되어 감독님을 만족시켰는데, 정노인의 아들역인 정성근, 성근역에 김대명이 캐스팅 되었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로 신인아닌 신인으로 여유있는 연기력으로 대중들에게 매력을 던진 김대명의 캐스팅은 해빙의 또 다른 비밀이자 매력이 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대명은 당시 아직은 미생이었고 기대도 컸지만 영화에서는 아직은 미지수였다.
조진웅과 김대명이 만난 첫날, 조진웅과 김대명은 선, 후배를 떠나서 멋진 두 남자배우로 주위의 모든 스태프를 긴장시켰지만 프레임에 들어온 둘의 모습은 처음 만나 연기를 주고받는 배우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난 이 두 배우가 꼭 다시 영화에서 만나 연기를 펼치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승훈의 방으로 묘하게 끼어드는 성근, 불편한 성근을 바라보는 승훈, 둘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던 그날이 생각난다.
‘해빙’, 현장의 열정과 배우들의 도전으로 완성되어 이제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관객들이 해빙되어서, 배우들의 비밀을 만나길 기대한다.
곽명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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