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부 농구도 활기차다. 그러나 2% 부족했다. KGC는 역시 저력이 있다.
동부의 핵심은 로드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다. 두 사람이 펼치는 묵직한 골밑 플레이가 기본 뼈대다. 단순하지만, 거의 모든 팀이 버거워한다. 동부가 지난 시즌과 올 시즌 꾸준히 중, 상위권을 오가는 이유다.
그런데 동부 농구는 정적으로 느껴진다. 뭔가 액티브한 맛이 떨어진다. 전통적으로 그랬다. 올 시즌에도 변함 없다. 왜 그럴까. 일단 동부에는 코트를 이곳저곳 휩쓰는 스타일, 발 빠른 선수가 많지 않다.
그리고 골밑에 비해 외곽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김주성이 3점슛을 장착했지만, 제한된 상황, 즉 골밑에서 나오는 볼을 잡고 오픈된 상황서만 던지는 경우가 많다. 윤호영은 시즌 중반 이후 공격 적극성을 되찾았다. 그러나 공격 1옵션은 아니다. 그 역시 동료를 도우려는 의식과 움직임이 강하다. 심지어 윤호영은 최근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때문에 동부는 세트오펜스, 특히 벤슨과 맥키네스의 골밑 공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두 사람의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면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고, 반대의 경우 고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두 사람이 국내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에 능한 스타일도 아니다. 때문에 전체적인 공수 시스템이 단순했고, 상대팀의 경기력에 따라 흔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벤슨과 맥키네스도 사람인지라 기복도 있다. 김영만 감독은 8일 KGC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맥키네스가 이렇게 길게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다.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결국 시즌 막판 조금씩 힘이 빠졌다. 4위를 위협하지만, 6위 추락 위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8일 KGC전은 의미가 있었다. 결과를 떠나서 동부가 시스템의 다양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윤호영의 시즌 아웃 이후 3번 자리에 이지운이나 김창모를 활용한다. 외곽슛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 물론 윤호영보다 수비 범위가 좁은 약점은 있다. 그래도 공격에서 골밑에 의존도가 높은 동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최근 동부는 두경민이 부상에서 회복,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두경민은 동부에서 유일하게 외곽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앞선 수비망을 흔들 수 있는 카드다. 두경민이 굳건히 코트를 지키면서, 이지운과 김창모가 윤호영 부상 공백과 김주성의 체력 세이브 카드로 적절히 활용됐다. 자연스럽게 김 감독으로선 선수기용폭을 넓히고, 공격의 다양성을 넓히는 효과를 봤다.
전반전 내내 고전했다. 좋은 공격전개과정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실책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경민의 속공 마무리, 이지운의 어시스트를 3점포로 처리한 서민수, 두경민의 패스를 3점포로 연결한 김창모의 플레이는 단연 돋보였다. 김창모와 이지운의 외곽포와 두경민의 활발한 움직임이 특히 돋보였다.
급기야 동부는 3쿼터에 전세를 뒤집었다. KGC가 키퍼 사익스, 데이비드 사이먼, 이정현에게 의존하는 동안 두경민의 4점 플레이, 이지운의 속공과 연속 3점포가 돋보였다. 3쿼터 막판 이지운의 3점포 2방은 경기 흐름을 직접적으로 뒤바꿨다.
벤슨과 맥키네스도 충실히 리바운드를 잡으면서, 외곽 자원들과 효율적으로 연계플레이를 펼쳤다. 자연스럽게 정적이던 예전 모습은 사라졌고,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트랩 등 활발한 디펜스를 즐기는 KGC로선 커버해야 할 범위가 넓어졌다. KGC로선 골밑에 집중하는 이전의 동부를 상대로 사이먼과 오세근이 각각 벤슨과 맥키네스만 1대1로 잘 커버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날 활발한 동부 공격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KGC는 강했다. 김승기 감독은 4쿼터 막판 승부처에 적절히 사익스를 활용했다. 사익스는 허웅과 두경민을 압도하며 연속 득점을 퍼부었다. 그 사이 동부의 고질병 실책도 나왔다. 경기종료 1분41초전 김주성의 3점포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1분34초전 벤슨이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파울을 범했고, 오세근의 자유투 2구째가 실패하자 리바운드를 잡다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그 사이 KGC 오세근이 득점했다.
3점 뒤진 동부는 계속 3점포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KGC는 경기종료 26초전 이정현과 오세근이 절묘하게 두경민에게 트랩을 시도, 스틸을 해냈고, 이정현의 속공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KGC의 전매특허가 경기 막판 발휘됐다. 동부는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결국 KGC의 90-85 승리.
그래도 동부로선 의미 있는 경기였다. 이날 전까지 경기당 평균 5분34초를 뛴 이지운, 8분5초를 뛴 김창모 등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잇몸들의 반란으로 활기를 끌어올리고, 대어를 낚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동부로선 이들의 활용방식을 좀 더 세부적으로 다듬으면 팀 전력도 그만큼 올라갈 수 있다. 한편으로 KGC가 왜 1위를 달리는지 입증된 경기이기도 했다.
[사익스(위), 이지운(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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