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표팀 시스템은 잘 돌아가는 것일까.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국제대회 역사상 최악의 수모를 당했다. 홈에서 개최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서 이스라엘, 네덜란드에 2연패하며 광속 탈락했다. 2013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
9일 대만을 잡고 2021년 대회 예선강등 수모를 면했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만하면 됐다'라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지금은 뼈저린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 달라질 수 있다.
2013년, 2017년 대회 부진 원인은 비슷했다. WBC는 정규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는 특수한 대회다. 투수, 타자 모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지 못했다. 타자들은 미국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 실패했고, 생소한 투수들을 상대로 배팅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대다수 투수는 구위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음 국제대회, 특히 2021년 WBC에는 단순히 '선수들의 몸 상태만 제대로 끌어올리면 된다'로 결론 짓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그 '제대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많은 돈을 받는 몇몇 스타플레이어들의 대회 준비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단정할 수는 없다. 이미 부를 축적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줄 마땅한 장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병역혜택이 없는 국제대회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번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가진 팀이 아니었던 것도 맞다. 김현수, 추신수, 박병호 등 메이저리그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그들이 모두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서 김인식호가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 장기적이고, 분명한 목적의식을 토대로 좋은 시스템을 창출하고, 그 속에서 대표팀의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KBO의 대표팀 서포트는 훌륭하다는 평가다.
다만, 기술위원회 및 전력분석 시스템에 대한 점검, 대표팀 감독 전임제 도입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김인식 감독은 사실상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이제는 대표팀을 장기적 안목에서 관리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전임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맞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국제대회가 있을 때만 움직일 게 아니라 평상시에 세계야구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청소년, 대학 레벨 대표팀 관리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좋은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정 선수의 차출불가가 대표팀 전력약화로 이어지면 안 된다. 특A급 선수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저변과 인프라의 문제다.
단순히 KBO의 노력 뿐 아니라 구단들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야구 국제경쟁력의 뼈대는 KBO리그 10개 구단에서 나온다. 두산처럼 건강한 육성시스템을 자랑하는 구단들이 몇이나 되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마야구 육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어쩌면 잘 됐다. 안방에서의 수모를 계기로 불편한 민낯을 드러냈다. 치부를 드러냈으니 치료를 하면 된다. 치료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국야구의 경쟁력 강화가 걸린 문제다.
[김인식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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