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손질이 무섭다.
KGC 김승기 감독은 "나는 현역 시절부터 뺏는 수비를 좋아했다. 그런 플레이를 즐겼다. 감독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공격적인 수비를 지향한다. 그래야 속공도 많이 나오고. 보기에도 시원시원하지 않나"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2015-2016시즌 부임 후 트랩 디펜스를 팀 디펜스 주요 옵션으로 설정 및 이식했다. 수비수 한 명이 자신이 맡은 공격수에게 트랩을 설치한 지점으로 유도하고, 공격수가 그쪽으로 움직이면 또 다른 선수가 달라붙어 스틸을 노린다. 동시에 공격수의 트래블링, 패스미스, 라인크로스 등 턴오버를 유도한다.
트랩을 시도하면 가담하지 않은 나머지 수비수들은 아웃넘버 된다. 최대한 로테이션 하면서 버틴다. 김승기 감독은 "트랩을 하다 때로는 공이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서 오픈 3점슛을 맞을 수 있다. 맞아도 된다. 승부는 그걸로 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GC는 막강한 공격력을 지녔다. 키퍼 사익스, 이정현, 오세근, 데이비드 사이먼이 공격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몫을 한다. 트랩에 실패해 3점포 1~2방을 맞아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선수구성이다. 그리고 숨막히는 승부처에는 리바운드나 턴오버가 승부를 가를 때가 많다. 더구나 오세근과 양희종이 트랩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김 감독은 "다들 센스가 좋다"라고 했다.
트랩 디펜스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맨투맨 프레스에 비해 체력소모가 심하다. 그러나 이정현은 "감독님이 잘 조절해준다. 큰 문제가 없다. 5라운드 때 상대가 잘 대응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도 잘 대응하고 있다"라고 했다.
KGC는 지난 시즌 초반 트랩과 파생되는 속공을 앞세워 신바람을 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주축들의 체력 저하로 최상위권서 내려갔다. 트랩에 대한 부작용이 있었다. 더구나 KGC는 공격에서도 움직임이 많은 팀이다.
올 시즌 김 감독은 트랩을 포기하지 않았다. 트랩을 들어가는 타이밍과 방향에 대한 변화를 계속 주면서, 트랩에 대한 빈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은 계속 들어갔다면, 올 시즌에는 해야 할 때만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볼 컨트롤 능력이 약한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체력소모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끌어올린다.
8일 동부전서 트랩 디펜스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KGC는 경기 흐름이 넘어갈 때마다 이지운, 김창모 등이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을 때 순간적으로 트랩을 시도했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경기흐름까지 갖고 왔다.
86-83으로 앞선 경기종료 23초전 수비도 돋보였다. 동부는 3점포를 노렸다. 우중간에서 두경민이 공을 잡자 양희종이 갑작스럽게 올라와서 두경민을 마크맨 이정현 쪽으로 몰았다. 양희종을 마주친 두경민이 순간적으로 돌아서는 사이 이정현이 공을 긁어냈다. 공을 잡은 양희종이 반대 코트로 달리는 이정현에게 재빨리 패스, 속공 득점을 도왔다. 5점차로 달아났다. 그걸로 승부가 갈렸다. 이 역시 일종의 트랩 디펜스이자 KGC 특유의 볼을 빼앗는 공격적 수비였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트랩을 시도할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겠지만, 다른 팀들 체력도 마찬가지로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수시로 홍삼을 먹여 체력을 보충시킨다. 사이먼이나 사익스는 환장한다"라고 웃었다. KGC의 트랩이 통할수록 다른 팀들은 괴롭다. 선두를 달리는 KGC의 강력한 무기다.
[KGC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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