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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보통사람'이 1987년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대극을 그렸지만 이미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그림과 이야기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배급 오퍼스픽쳐스)은 평범한 가장이자 형사 성진(손현주)이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공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숙하게 가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현주는 '보통사람'을 통해 오랜만에 스릴러가 아닌 한 시대의 가장으로 뜨거운 열연을 보였다.
'보통사람'을 보고 있으면 여러 영화가 떠오른다. '국제시장'을 생각하게 하는 시대극에, 성진의 아내로 등장하는 라미란 또한 '국제시장'에 출연한 바 있어 곧바로 '보통사람'에 몰입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라미란은 말을 하지 못하는 설정으로 변주를 줬고 수화를 통해 손현주와 극 중에서 대화를 했다.
앞선 시대극 '더 킹'(감독 한재림)이 김영삼 전(前) 대통령부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보통사람'은 그보다 앞선 시대, 1987년 전두환 정권 시절을 그린다. '보통사람'을 제작했을 당시에는 1970년대로 시작했지만, 여러 회의를 거쳐 민주화 격동기를 이뤘던 80년대로 시대상을 옮겼고 그 안에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녹였다.
손현주는 극 중 말을 하지 못하는 아내와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가장 캐릭터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보통사람, 보통의 가장 캐릭터로 열연했다. 덥수룩한 그 시대 가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80년대로 타임슬립을 하게 한다. 여기에 추재진 기자 역을 맡은 김상호는 그동안의 악역 캐릭터에서, 성진의 30년된 절친한 형으로 등장해 뜨거운 우정을 보인다.
장혁의 쓰임새가 다소 아쉬운 '보통사람'이다. 장혁은 극 중 안기부 실장 규남 역을 맡았는데 느릿느릿한 말투는 이전의 여러 작품에서 봐왔던 캐릭터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공교롭게도 최근의 시국과 맞닿은 인물을 떠올리게 해 몰입이 깨진다는 지적도 있다.
'보통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빨리 끝나요"라는 아들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고군분투 위대한 이야기다.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극 말미에 모두가 광장에 나와 한 목소리로 외치는 모습은 현 시국의 광화문을 떠올리게 한다. 탄핵 시국과 맞닿아, 가결되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위험한 영화가 될 뻔 했다.
"밥상에서 고맙다고 먹기만 하면 된다"라는 안기부 실장의 말에, 성진은 "내가 그 밥상 위에 올라가 짖어줄게"라고 맞받아친다. 보통사람의 관객들이 '보통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볼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23일 개봉.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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