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플레이스타일뿐만 아니라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도 조 잭슨(前 오리온)과 똑 닮았다. 한때 퇴출될 위기까지 몰렸지만, 키퍼 사익스는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당당히 정규리그 우승팀 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KGC인삼공사는 22일 고양 오리온이 전주 KCC에 패, 남은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신 SBS, KT&G 시절 통틀어 팀 역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우승이다. 사익스는 평균 24분 16초 동안 15.1득점 2.9리바운드 4.4어시스트 1.3스틸로 제몫을 하며 정규리그 우승팀 일원이 됐다.
사익스로선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을 거친 끝에 맛본 기쁨이기도 했다. 사익스는 여러모로 지난 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뛰었던 조 잭슨을 연상케 하는 단신 외국선수다. 비록 신장은 작지만, 탄력과 폭발력을 겸비해 시즌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잭슨이 KBL 특유의 지역방어에 적응하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듯, 사익스 역시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수비 로테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시즌 초반에는 출전시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오세근-데이비드 사이먼을 보유하고도 서울 삼성에 약하다는 점도 KGC인삼공사의 고민거리였다. KGC인삼공사는 선두권 경쟁을 펼친 삼성에 3라운드 맞대결까지 3연패를 당했고, 팀 내부에서 사익스로는 대권에 도전하는 게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시즌 중반 울산 모비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마커스 블레이클리에 대한 가승인을 신청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블레이클리와의 협상은 불발됐고, 결과적으로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이때부터 사익스의 진가가 발휘된 것.
한국 농구에 대한 적응을 마친데다 스킬 트레이닝까지 꾸준히 받은 사익스는 중거리슛 능력이 한결 좋아진 모습을 보였고, 덕분에 득점루트도 다양해질 수 있었다. KGC인삼공사가 김민욱과 김철욱을 적절히 활용, 신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것도 사익스로선 큰 힘이 됐을 터.
사익스는 정규리그 후반 들어 승부처인 4쿼터에도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했다. 실제 5라운드까지 4쿼터 평균 1.4득점에 그쳤던 사익스는 6라운드 7경기에서 4쿼터 평균 6.4득점을 올렸다. 사익스에 대한 김승기 감독의 신뢰도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단신 외국선수가 KBL 적응을 마쳤을 때 얼마나 위협적인 무기가 되는 지에 대해선 지난 시즌의 잭슨이 증명해보였다. KGC인삼공사가 6라운드 7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데 힘을 보탠 사익스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잭슨도 해내지 못한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사익스의 시선은 챔프전을 향해있다.
[키퍼 사익스.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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