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승기 감독의 시대가 열리나.
KG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사령탑 김승기 감독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풀타임 사령탑 1년차다. 정확하게는 2015-2016시즌 도중 감독대행 꼬리표를 뗐다. 사령탑 2년만에 KGC를 정상에 올려놨다.
KGC가 2015-2016시즌을 준비할 때, 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전창진 전 감독이 불법토토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팀은 쑥대밭이 된 이후였다.
김 감독은 동부, kt를 거치면서 풍부한 코치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감독과 코치는 천지차이다. 사령탑 첫 시즌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그래도 선전했다. 6강 플레이오프서 삼성을 꺾었고, 4강 플레이오프까지 팀을 이끌었다.
정규시즌 우승팀 KCC에 무너졌다. 안드레 에밋을 끝내 막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몇몇 농구관계자들은 "사령탑 경험의 중요성이 확인된 사례"라고 말했다. KCC의 챔피언결정전 파트너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 에밋 효과를 완벽에 가깝게 차단한 것을 돌이켜보면 이해가 된다. KGC가 멤버구성상 결코 오리온에 뒤처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 KGC는 초반부터 잘 나갔다. 건강을 회복한 오세근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데이비드 사이먼이 맹활약했다. 시즌 중반 이후 점점 힘을 발휘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도 비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체력이 좋지 않은 사이먼에 대한 풀타임 가까운 기용, 상대적으로 풍부한 백업 멤버들의 떨어지는 활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사이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했다. 사이먼을 자세히 보면 골밑 공격보다는 중거리슛 빈도가 높다. 당연히 수비하는 입장에선 사이먼이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데미지가 덜하다.
하지만, KGC에는 건실한 오세근과 이정현이 있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키퍼 사익스도 KBL에 적응했다. 김 감독은 "사이먼에게 힘들면 외곽으로 나와서 공격하라고 했다. 대신 골밑 수비만큼은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사이먼은 경기 흐름상 반드시 필요할 때 골밑을 비벼주면서, 건실하게 수비했다. 그리고 오세근이 빈틈을 메워주면서 철통 골밑을 구축했다. 동시에 사이먼의 체력도 세이브했다.
사익스를 시즌 도중 퇴출하려고 했던 건 맞다. 이 과정에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일부 팬들의 지탄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이먼이 KBL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오히려 사익스가 맹활약을 펼치자 4쿼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사익스의 기도 살려주고, 사이먼 체력도 조절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냈다.
또 하나. KGC를 대표하는 트랩 디펜스. 지난 시즌에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멤버 구성상 정상적으로 수비해도 충분히 수준급 수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나는 공격적인 수비를 좋아한다. 빼앗고, 속공하는 걸 선호한다"라고 밀어 붙였다.
트랩은 장, 단점이 명확하다. 체력소모가 심하고, 합이 잘 맞지 않으면 오히려 대량 실점할 수 있다. 실제 지난 시즌 KGC의 경기력 기복에는 지나친 트랩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이 부분을 조정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계속 들어갔다면, 올 시즌에는 할 때만 확실하게 했다"라고 털어놨다. 경험을 통해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
이밖에 시즌 막판에는 박재한, 김철욱 등 백업멤버들의 활용도도 찾으면서 주전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희석시켰다. 이런 점들이 모이고 모여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까지 이르렀다. 좋은 멤버들의 역량을 극대화시킨 건 맞다. KGC는 정상급 멤버들이 모인 팀이다. 그 멤버들을 잘 관리하고 폭발력을 높인 건 김 감독의 수훈이다.
김 감독은 사령탑 부임 후 두 번째 포스트시즌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다. 또 한번 그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과연 김 감독의 시대가 열릴까.
[김승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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