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임시완의 고백 "연기할 때 행복하지 않았던 나"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연기를 할 때 마냥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아이돌 출신 배우의 인식을 바꿔준 임시완이 아니던가. 그 흔한 연기력 논란 한 번 겪지 않고 데뷔작 '해를 품은 달'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연기 활동 5년 만에 드라마 '미생', 영화 '변호인' 등 굵직한 대표작을 보유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런 임시완의 입에서 두 눈을 번뜩이게 하는 고백이 흘렀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그동안 연기를 하는 게 마냥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물론, 운 좋게 작품이 흥행하고 많은 분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희열을 느꼈지만 연기란 작업은 너무 고되고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죠. 그래서 불과 몇 년 하지 않았음에도 '나 이러다가 연기를 오래 못 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매 작품 완벽주의자 성향으로 접근하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 늘 집에서 미리 작품을 위한 모든 준비를 해가는 편이었어요. 미술에 비유하자면 할 수 있는 한 색칠까지 꼼꼼히 다 해놓는 거죠"라고 털어놨다.

'어떻게 하면 연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영화 '원라인'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사기계 샛별 민 대리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고.

"'원라인'은 제가 기존 연기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첫 작품이에요. 처음으로 스케치만 해간 채 현장에서 색을 칠했어요. 순발력이 부족해 빨리빨리 칠하지는 못했지만요. 이전엔 그림을 가져가서 그대로 완벽하게 만드는 성취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엔 연기가 무척 재밌어요."

연기에 대한 만족감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지만 첫 시도에 의의를 뒀다. 마음속에 '값진 작품'으로 남았다.

"영화는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제 부분만 빼고요. 스스로의 연기를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여서 아직도 제가 나오는 신을 볼 때마다 불편해요. 방식을 처음 바꾼 '원라인'이 어쩌면 첫 연기를 선보였던 '해를 품은 달'보다 되려 연기를 더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를 했다는 값진 작품이에요. 걱정이 앞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컸거든요."

임시완의 연기 변신과 더불어 작품의 소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라인'은 신종 범죄 '작업 대출'에 대해 그린 작품. 저금리 신용대출의 높은 문턱에 결국 대부업체나 범죄 유혹에 빠져드는 서민의 녹록지 않은 삶을 조명한다. 빈익빈 부익부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꼬집었다.

"우연히 취준생들의 자조 섞인 말들이 담긴 기사를 봤어요. 소위 선진국인 나라에서 밥을 아껴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사치이고, 인형 뽑기 한탕에 해방감을 느낀다고 얘기를 하는 데 정말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선진국이라는 이미지와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격차가 너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풍족해야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러려면 물질이 어느 정도 풍요로워야 하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제 관객들의 판단만 남은 상황. 임시완은 드디어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흥행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흥행은 어차피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개인이 콘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했냐 안 했냐 이게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 같아요. 목적은 항상 그렇게 갖고 품고 있어요. 또 '생각보다 다른 모습도 있네'라는 소기의 목적도 있어요. 같은 시기 개봉되는 경쟁작들과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 =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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