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해는 LG 팬들에게 '선물 같은 한 해'였다. 2015시즌 9위에 머물렀던 LG는 예상을 뒤엎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것도 후반기에 뒷심을 보이면서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시즌 중엔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까지 걸렸으니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LG는 임정우, 김지용, 김용의, 채은성, 이천웅, 진해수, 문선재, 이형종 등 성장을 거듭했고 2015년에 발견한 유강남과 양석환도 시즌 초반의 아쉬움을 딛고 활용 가치를 보여줬다.
기존 LG의 핵심 멤버들도 분전했다. 박용택과 정성훈은 나란히 2000안타를 쳤고 손주인은 3할 타율로 주전 자리를 탈환했다. 오지환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로는 최초로 20홈런을 쳤다. 후반기 에이스로 떠오른 류제국은 성공한 투수 출신 주장이었다. 외국인 농사도 성공적. 4번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는 뛰어난 수비 만큼 뛰어난 공격력도 자랑했다. 후반기 에이스로 떠오른 류제국과 '이닝이터' 헨리 소사도 건재했고 '진짜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의 가세로 제대로 탄력 받았다.
시즌 후 전력 손실도 보이지 않았다. FA를 선언한 우규민이 삼성으로 떠났지만 FA 최대어 중 1명으로 꼽힌 차우찬을 영입했다. 외국인 3인방과 일찌감치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예상을 깨고 플레이오프까지 갔던 LG는 이제 한국시리즈로 갈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까.
▲ 에이스와 마무리는 개막전에 없다
LG는 다시 한번 '버티기 모드'로 시즌 개막을 맞이해야 한다. 허프가 무릎 부상으로 4월 말에야 돌아올 예정이다. 임정우의 복귀 시점도 빨라야 4월 중순. 양상문 LG 감독은 "이번 시즌은 졸면 죽는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는데 에이스와 마무리의 공백으로 타격을 받아 초반 레이스에서 밀리기 시작한다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올 시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LG는 2015년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2014년 기적적으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LG는 부푼 마음으로 2015시즌을 맞았다. 4월까지는 괜찮았다. 5할 승률로 버틴 것이다. 그러나 5월부터 하향 곡선을 탔고 그것은 시즌 끝까지 이어졌다. 9위란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였다.
4월에 근근이 5할 승률로 버텼으나 그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불펜투수들을 너무 당겨써서 무리가 왔다.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당시를 회상한 적이 있다. 루카스 하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마무리 봉중근도 부진하는 등 투수진 운용이 어려웠던 시절이다.
따라서 허프와 임정우의 공백 속에 시작하는 2017시즌에도 이러한 교훈을 잊지 않고 4월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소사, 류제국, 차우찬, 임찬규 등으로 정상급 선발진을 꾸리고 이동현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신정락이 가세한 것은 '일단 다행'이라 할 수 있다.
▲ 한층 치열해진 야수 경쟁, 뜨겁게 타오른다
지난 해 LG를 한국시리즈의 문턱에 좌절하게 만든 요인은 바로 타선의 침묵이었다. 채은성, 이천웅 등 주전으로 플레이오프를 처음으로 치른 선수들은 "다음에 기회가 오면 정말 자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만큼 경험을 쌓았다는 자체는 LG의 젊은 선수들에게 크나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현실에 안주하기 어려운 경쟁 구도 또한 이들을 자극시키고 있다. 유강남과 정상호가 지키는 안방은 주전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내야에서는 손주인과 더불어 '삼성에서 온 2루수' 최재원이 가세했다. 최재원은 3루수로도 나설 수 있어 틈틈이 1루나 3루를 맡아야 하는 양석환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타격 만큼은 쏠쏠한 서상우가 이번엔 자신의 포지션을 완전히 가질지도 관심사다.
외야야 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지난 해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채은성도 "작년에 내가 주전이 될줄 몰랐듯이 올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좌익수 이천웅-중견수 김용의-우익수 채은성이 기본적인 틀이라 할 수 있지만 시범경기 홈런 공동 1위에 오른 이형종이나 '양현종 킬러'로 통한 문선재, 벌써부터 수비 만큼은 인정받는 안익훈에 부활을 노리는 이병규과 임훈까지 있어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어찌 됐든 가용 자원이 많아진 것은 144경기란 장기 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LG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다. 상대 팀이나 상대 투수에 맞게 기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은 올해 LG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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