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화성 윤욱재 기자] "거의 체념한 상태였죠"
돌이켜보면 IBK기업은행에게 지난 해 챔피언결정전 만큼 아쉬운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2015-2016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3연패로 우승을 내줬다.
이유는 뚜렷했다. 외국인 선수 맥마혼이 손가락 골절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 역시 일방적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돌이켜보면서 "지난 시즌 초반에 허덕이다가 11연승을 했다. (김)희진이가 손가락 골절로 수술을 하고나서 회복이 되고 나니까 맥마혼이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정규시즌을 우승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라며 "챔프전에 대적할 수 있는 팀 구성이 쉽지 않았다. 사실 거의 체념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시간은 어느새 1년이 지났고 IBK기업은행은 약속이라도 한듯 다시 한번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역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30일 안방에서 흥국생명을 3-1로 꺾고 창단 후 세 번째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주전 세터 김사니의 부상 등으로 결국 정규시즌 우승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5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저력에서도 알 수 있듯 '큰 경기'에 강한 관록을 보이며 'V3'을 일궈냈다.
또한 올해는 리쉘이라는 확실한 주득점원이 있었다. 리쉘은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에서 42득점을 독식하며 팀이 우승의 길로 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리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다. 신장이 작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는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초반에 좋지 않길래 많이 지쳤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털어내고 잘 해주니까 팀에 큰 힘이 됐다"고 리쉘을 추켜세웠다.
리쉘은 무엇보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파김치 일정'을 소화한 팀원들에 큰 힘을 불어 넣어줬다. 이 감독은 "하체 근력은 남자 근력의 수치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 감독이 예상한 챔피언결정전 MVP도 리쉘이었다. 그리고 리쉘은 챔피언결정전 MVP를 품에 안았다. 이 감독은 "전체적으로 봐서는 리쉘이 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쉘은 자격이 충분한 활약을 했다.
[IBK 리쉘이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IBK기업은행-흥국생명 경기에서 연타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 = 화성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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