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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배우 김재욱이 '악역 모태구'로 변신과 흥행을 두 손에 거머쥐었다. 드라마에서 쉽게 보기 힘든 희대의 살인마를 연기했다.
시청자가 호평하고 배우들이 극찬한 김재욱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최대 수혜자' 같은 듣기 좋은 칭찬에도 입을 크게 벌리는 법 없이 담담하고 차분했다. 눈을 마주치기 보단 어느 한 곳을 응시하며 곰곰이 생각한 것을 내뱉었다. 모태구가 앉아 있는 것 같다는 말들이 나왔다.
"인터뷰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스스로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질질 끌리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김재욱은 '보이스'에 특별출연으로 가장 먼저 캐스팅 됐다. '진범'인 까닭에 그 어떤 공식일정에도 나설 수 없었다. 공식 홈페이지 내 인물 소개에서도 '범인' 외 약간의 부연 설명이 달린 것이 전부다. 설정 탓에 다른 배우들과 편안하게 어울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검은 우비를 쓰고 살인행각을 하는 신을 찍다, 극 중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했죠. 제작발표회도 기사 보고 알았어요. 시청자와 함께 하는 드라마라는 묘한 감정이 섞인 채로 본 방송을 봤고요. 모태구라는 인물이 등장하기까지 완벽한 세계가 만들어져 있었어요. 중간에 들어간 저는 자유롭게 놀았죠."
김재욱은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에 머무르던 인생작을 '보이스'로 갱신했다. 악역을 연기하고도 많은 시청자가 모태구에 관심을 보였다. 열연 덕분이다. 그러나 김재욱은 "재발견만 10년인 것 같다"라며 쑥스러워한다.
"되게 감사하죠. 연기를 좋게 평가를 해주시는 거에 대해. 그렇다고 해서 모태구로 뭔가를 이뤘다거나 전후가 엄청나게 달라질 거란 생각은 안 하고 있어요. 오랜만이 '이런 배우가 있었지'라고 알려진 정도인 것 같아요."
모태구는 섹시한 악역으로도 각광을 받았다. 젠틀하게 차려 입은 슈트,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무심하게 쓸어 올리는 제스처 등 여심을 설레게 할 지점이 많았다. 그러나 김재욱은 "이렇게 하면 섹시하겠지 혹은 우아하겠지 하고 계산한 건 아니다"라며 '모태 섹시'라는 표현에 시크하게 웃으며 "동의하진 않겠다"고 했다.
사이코패스가 사이코패스에게 살해 당하는 결말도 파격적이었다. 통쾌하기 보단 그 잔혹함에 말문이 턱 막힐 정도였다. 이를 연기한 김재욱은 "잔인하게 죽어야 하는 인물이다. 결말이 마음에 든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힘든 점은 없었냐고 묻자 김재욱은 "극 중 고동철을 죽일 때부턴 손이 떨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죄책감과 희열 등 복합적인 감정이었어요. 호흡도 많이 가빠졌고, 거기서부터 뭐가 오긴 오더라고요"라고 했다.
김재욱은 세부로 떠나는 '보이스' 포상휴가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출연을 계획한 작품은 없지만 코믹 연기로 한 번 더 변신해보고 싶은 바람은 있다.
"모태구 같은 역할을 오래 기다렸듯이 코믹 장르 역시 너무 하고 싶고 좋아하는데, 아직 저에 대한 믿음이 없는 거겠죠?"
[사진 = 더좋은 이엔티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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